1화. 영어 참견 1

Recipe for English Learning

by 영어 참견러

비 오는 날, 아들과 외식을 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우산을 받쳐주는 아들이 비를 맞을까 봐 우산을 아들 쪽으로 밀어내던 때였다. 갑자기 아들이, “엄마, 여자는 참 이상해, 여자 친구에게 우산을 씌어 주었는데, 자신이 비를 더 많이 맞게 했다면서 화를 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몇 년 동안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는 듯했던 요즘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을 확 주지는 않으려고 해. 예전에 상처를 너무 받아서~”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고등학교 시절 멋모르고 했던 첫사랑과의 연애가 너무 힘들었나 보다. 사랑은 힘들고 아프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 수업>에서 윤홍균 저자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사랑력’이라고 한다. 시간과 관심을 어디에 얼마나 쏟느냐가 성공과 삶의 질을 결정한다. 대상을 향한 관심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나의 사랑은 영어다. 14살 사춘기에 시작된 영어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다른 언어와도 잠시 사귄 적은 있지만, 아직도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대상은 영어다. 영어로 인해 낮은 자존감이 회복되었고, 내 삶이 너무나 풍요롭고 행복해졌다. 그렇다고 영어와 사귀는 여정에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힘겨울 때도 있었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은 요리다. 요리할 때면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하던 그 시절로 시간 이동을 한다. 호박꽃과 줄기로 계란말이를 만들어,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놀고 있다. 그때부터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2007년, 미국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한 미국 목사님 댁에 초대를 받아 방문하니, 목사님이 마당에서 패티를 굽고 계셨다. 수제버거와 함께 식사 시간에 나온 콩 반찬(side dish)이 맛있어서, 부인에게 조리법을 묻자, 작은 카드에 빼곡히 적어놓은 레시피(recipe)를 가져왔다. 그 부부에게서 낯선 이방인을 사랑하는 법과 누군가를 위해 레시피를 적어 놓는 매너를 배울 수 있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짐 정리를 하였다.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40년 영어 인생에서 얻은 경험과 생각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침, 3년 전 꿈에서 얻은 '영어를 배우는 방법 10가지'의 귀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만든 요리가 <영어 연애 십계명>이다. 영어의 맛을 잘 알 수 있도록 레시피를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적으려고 애를 썼는데, 콩 요리에 비하면 만들기 어려운 요리였다. 그래도 영어와의 연애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최근에 어느 아빠가 공개한 초등학생 아들의 일기를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정성껏 진심을 담아 썼다. ‘영어야, 나랑 사이좋게 놀자!’ 영어와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한 마음은 어린 학생뿐만이 아닐 것이다. 젊은 날, 20여 년 동안 사교육 기관에서 유, 초, 중, 고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곳은 나에게는 안락한 장소(comfort zone)이자 영어 놀이터(English playground)였다. 하지만, 육체의 연식이 오십이 가까워지면서 눈이 침침해지고 가르치는 것이 힘겨워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빅 데이터(Big Data)라는 도토리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빅 데이터가 무엇인지 그 정체가 궁금해졌다. 학원을 탈출할 계획과 함께 그 도토리를 따라가 보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시에 이르렀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라는 신인류 이웃 로봇이 살고 있고,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고, 아바타가 나의 삶을 대신해 주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새로운 문명이다. 그곳에는 메가급 IT 기업과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자동화 공장)가 있다. 바벨 피시(Babel fish, 자동번역기와 동시통역기)가 다양한 언어를 바로 번역과 통역을 해주어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이 전혀 없는 곳이다. 아직은 그 도시 거주민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이사를 해야 하기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제는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메타버스 시대, 영어와의 연애를 계속해야 할까?’의 문제이다.


이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고 또 누군가에는 명백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영어를 짝사랑 해오거나 영어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면 시급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이 질문은 내게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본격적인 <영어 참견>이 시작된 출발점이니까. 그나마 나처럼 질문하길 좋아하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테스 형(소크라테스: 그리스 아테네 철학자)이 나를 응원해 주니 다행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인 에릭 와이너에 의하면,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사랑하긴 했지만, 대화를 그저 자신이 가진 도구 중 하나로 보았고, 그 모든 훈수질에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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