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삼세번 연습하라

Role of 3

by 영어 참견러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왜 세 번일까? ‘삼세번’은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번으로 안정된 숫자이다. 옛말에도 삼세번에 득한다는 말이 있고, 가위바위보를 하더라도 삼세번을 해야 공정하다는 느낌이 든다. 은퇴자에겐 삼시 세끼가, 좋은 습관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작심삼일이 생각날 것이다. 크리스천인 나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가 떠오른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할 때도, 스피치(연설)나 설교도 대부분 3가지의 핵심 내용으로 구성된다. 아트 마크먼의 <Smart Thinking>에 의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3의 원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에 대해 대략 세 가지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배운다. 내가 요리를 배우고 사랑을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배울 때 꼭 필요한 것이 연습이다. <사랑 수업>에서도 사랑을 잘하기 위해서는 반복 학습과 훈련을 통해 ‘감을 잡아나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감’이란 느낌이다. 어떻게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를 감으로 아는 것이다. 레시피가 없어도 가능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영어는 얼마 동안 연습을 해야 감을 잡을 수 있을까? 내가 자전거나 운전 또는 수영과 악기를 배울 때에 삼세 번이면 감을 잡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이 말은 마스터했다 거나 잘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전거나 차의 구조를 모르더라도, 내 몸과 부력에 대한 이론과 악기의 공명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감을 잡기엔 세 번 정도면 충분했다. 영어 암송대회에서 실수를 하자, "I am sorry! "라고 말하는 순간, '아, 영어는 말(speech) 이구나!'라는 감을 잡은 것이다. 이러한 감을 잡으면 무엇이든지 즐겁게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후에도 난 수십 년간 계속 영어를 배우고 있다. 요리도 배우고 사랑도 배우고.


모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도 연습이 필요하다. 언어를 습득한다는 말은 아무 연습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배운다는 말이 아니다. 오랜 시간 말과 글을 연습한 결과, 어느 순간부터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말도 수준 있고 예의 바른말과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의식을 해야 한다. 영어도 당연히 이런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영어를 한국어로 전환하지 않고 바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만 시간이 필요할까? 우선 감을 잡기 위해 삼세 번만 연습하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부담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삼세 번의 연습은 뇌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기에 충분하니까. 최근 카이스트 뇌 연구원팀은 네이처에 발표한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 현상으로 뇌가 기억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쉽게 말해 사용하지 않으면 가지치기당한다니, 매일 조금씩 삼세 번만 연습해 보자!


뇌과학자인 데이비드 컬브(David Kolb)는, 뇌 속에 정보가 입력되어 외부로 출력되는 학습 과정을 4단계로 설명한다. 특히, 성인은 feeling(감각 피질), watching(측두 통합 피질), thinking(전두 통합 피질), 그리고 doing(운동 피질)을 거쳐 배운다고 한다. 인간은 오감으로 경험하고, 의미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운다. 영어의 4대 축인, 듣고 읽고 말하고 쓰기를 골고루 한꺼번에 연습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4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서로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국어라면 먼저 오랜 시간 듣기만 하겠지만, 외국어로 배우는 영어는 읽은 내용을 듣고, 말하고, 쓰기까지 동시에 연습해야 효과적이다.


효과적이라는 말은 좀 더 간단하고 스마트하게 배우자는 말이다. 영어 문장에도 3의 원리가 들어 있다. 바로, 주어 동사 목적어(SVO)다. 학생들에게 이런 비유를 하곤 한다. 주어는 머리, 동사는 몸통이다. 목적어나 보어, 그 외 수식어는 사지(팔, 다리) 정도이다. 주어와 동사가 없는 영어는 영어가 아니다. 영어 문장을 들을 때도, 읽을 때도, 말할 때도, 쓸 때도 3을 기억하면 영어가 쉽게 느껴진다. 연습이라고 하면 단어 암기가 떠 오른다.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영어 단어와 한글의 의미를 일대일로 연결하여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카드를 사용해 생활형 단어나 기본 동사의 일대일 의미를 가르칠 필요도 있다. 사실 단어의 철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어를 듣고 읽고 말하는 데는 굳이 철자보다는 단어의 소리와 의미가 더 중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영어는 말이기에 단어의 소리를 듣거나 읽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고, 쓰고 외우기만 하는 것이 문제다.


단어 암기를 위해 쓰고 외우고 단어장을 만드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긴 하다. 이때는 단어의 어원과 접두사, 접미사의 의미를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 대학병원에서 과학자로 일하는 남동생이 한 말이다. "대학원 시험인 GRE 단어는 무조건 외우고 시험을 치르자마자 다 잊어버리는 거야!" 단어를 배우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글을 통한 문맥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문맥을 통한 암시적인 방법으로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어의 의미를 따로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알아야 기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배우는 사람의 상황과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단어를 외우기 위한 연습은 기억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억력을 제한하는 요인인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 한꺼번에 뇌 속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말한다. 이것은 한순간에 얼마나 많이 생각할 수 있는지를 제한한다. 세상의 많은 정보 중에서 오직 적은 양의 정보만이 우리의 뇌 속에 입력되며, 실제 필요한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오직 적은 양만이 이용된다. 그래서 단어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지식과 정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미지(사진이나 그림)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서로 연관성(interconnection)이 있어야 한다. 학습이나 경험을 통한 연결 고리가 없으면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인간의 기억은 프로그램된 컴퓨터처럼 작동하지 않고 관계와 연상을 통해서 기억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연관을 점화 효과(priming)라는 개념을 이용해 설명한다. 학생들과 즐겨하는 게임인 끝말잇기 게임( word chain game)이 있다. 이것을 바꾸어 '과일 이름 대기'라는 게임을 할 때, 채소가게나 과수원처럼 과일을 보게 되는 상황을 떠 올리면 과일 이름을 쉽게 생각하게 되는 원리다. 내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어떤 장면을 이렇게 기록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화 효과 때문이다. AI 보다 인간의 뇌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영어와의 연애 레시피 셋째 비법: 감을 잡기 위해 삼세번 연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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