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시 vs 정지용의 시

by 영어 참견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1917-1945), 청묵



광복을 몇 달 앞두고 28세의 나이에 옥사한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린 나이에 시적인 심상으로 젖어 산뜻한 모습이다. 본인의 시에도 썼듯이 너무나 싶게 시를 쓰는 타고난 소질이 있는듯하다. 하지만, 타고난 시대의 가난과 식민지라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가야 했기에 그의 시구는 애절하고 슬픔으로 다가온다.


정지용의 시와 비교해 본다면, 정지용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쳤다면, 윤동주는 좀 더 다양한 사물과 자연을 통해 다양하게 느끼는 감정을 다소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둘 다 기독교와 천주교의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앙의 틀에서 민족의 아픔을 묘사함으로 더욱 경건하고 거룩한 깊이 있는 시가 만들어진 토대가 되었다고 본다. 정지용 시인과의 시를 비교하기 위해 몇 개의 시를 적어본다.




#개 (1936)


눈 위에서


개가


꽃을 그리며


뛰오.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십자가 (1941)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또 태초의 아침 (1941)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서시 (1941)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달을 쏘다



기숙사에서 자려다가 달빛에 비친 창살의 그림자를 보고는 밖으로 나온 시인. 바다 건너온 친구의 편지를 회상하며 슬픔에 젖은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연못에 비친 달에게 돌을 던진다. 그러다가 비웃고 있는 듯한 달에게 화살을 만들어 쏜다. 마음의 슬픔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달에게 화풀이를 하는 듯하다.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P 158...... 그 찰나 가을이 원망스럽고 달이 미워진다. 더듬어 돌을 찾아 달을 향하야 죽어라고 팔매질을 하였다. 통쾌! 달은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놀랐든 물결이 자자들 때 오래잖아 달은 도로 살아난 것이 아니야,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얄미운 달은 머리 위에서 빈정대는 것을... 나는 곳곳한 나뭇가지를 고나 띠를 째서 줄을 메워 훌륭한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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