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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 참견러 Mar 07. 2023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김지영은 34살로 막 돌이 지난 딸을 키우는 엄마이다. 어느 날, 아이를 산책시키다가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맘충‘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후로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증상을 통해 의사와의 치료를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정신과 남자 의사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평범한 일상과 삶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마치 오랫동안 나의 무의식에 있었던 의식들을 지영이가 하나씩 끄집어내어 주는 듯했다. 문제들을 알지만 크게 말하지 않고 살아온 나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 주는 듯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스토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성들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 채식주의자’ 책도 떠올랐다. 어머니의 시대에 비하면 풍요롭기도 하고, 남녀평등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에 ‘정신적으로 아픈 여성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남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참고 감내해야 했을 남편들과 아버지들의 목소리가 왜곡되거나 빠진 채, 그들에게 돌팔매를 하는 듯해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병원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는 여성을 뽑지 말아야겠다는 의사의 마지막 독백이 현실의 장벽이 높음을 다시 한번 말해주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내 주위에는 여성으로서의 권리만 요구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양육과 자식 교육에만 한정시키고, 그 안에서 만족감을 누리며, 일 하는 여성을 폄하하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 즉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사실도 말하고 싶다. ^^     

  나는 20대 초에 창세기의 아래의 말씀이 무엇인지 이해하였고, 숙명처럼 여성으로서 임신과 양육의 감당해야 할 몫이 있음을 받아들였다. 48킬로의 몸으로 부모님이나 친척의 도움이 전혀 없이 첫째, 둘째 임신 만삭까지 일(학원 강사, 4시-9시^^)을 하였고, 돌이 지나서부터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주말에는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교회 봉사를 하며 살아왔다. 결코 쉽지는 않은 삶이었고, 지금도 육아와 자녀양육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고백을 한다. 그럼에도 나의 삶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인생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며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만이 얻을 수 있었던 기쁨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창세기 3장 16-19절: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하시고,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2015년 통계청 보고: 한국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20-29 새 여성의 63.8%, 30-39세 59%, 40부터 다시 66.7%로 증가한다.      


작품 해설:  김고연주(여성학자) 김지영, 흔한 이름이다. 보통 소설의 주인공처럼 특수성을 띄거나 독특하지 않고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 목적은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의 보편적인 삶을 그리는 것이다. 다양성과 개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에, 여성에 대한 대표성을 지닌 캐릭터의 의미는 무엇일까. 각 개인의 정체성 중에서 자기 정체성의 핵심은 ‘성’이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주목하면 한국인의 절반은 상당히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성에 기반한 젠더는 사랑 결혼, 가족 구성, 출산, 양육, 노령화를 포함한 사적인 영역부터 경제, 종교, 정치, 미디어, 학교 등 모든 공적 영역에 작동하는 강력한 ‘체제’이다. ‘여성 혐오’ 사회에서 부당한 상황에서도 거의 대부분 입을 닫고 사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간 김지영이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혼자 답하기는 어렵고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함을 말한다. 작가의 목소리를 담은 듯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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