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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 참견러 Mar 08. 2023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 심리학, 해냄, 2018

-다정한 전사 정혜신이 전하는 심리적 CPR 행동 지침서(마음의 허기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집밥 같은 심리학)     


심리적 CPR은 ‘나’처럼 보이지만 ‘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나’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은 내 감정, 내 느낌이므로 ‘나’의 안녕에 대한 판단은 거기에 준해서 할 때 정확하다. 심리적 CPR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도 감정에 따라야 마땅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겐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든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 수 있다. ‘나’ 이야기에 정확하게 두 손을 대고 있는 ‘한 사람’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심리적 CPR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 목숨을 구하는 사람이다. 사람 목숨을 구하는 사람이다. 결국 그의 ‘나’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든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빼면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사용하게 된다. 고통을 마주할 때 우리의 언어는 거기서 벼랑처럼 끊어진다. 길을 잃는다. 그 이상의 언어를 알지 못한다. 노느니 장독 깬다고 충조평판을 날려보는 것이다. 그러니 끼니처럼 찾아오는 일상의 갈등과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덧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사건의 수사관이 현장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존재,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지금 네 마음은 어떤 거니?” “네 고통은 어느 정도인 거니?”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존재에 주목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옳다”는 것은 상대의 이성적인 판단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해줄 때, 상대는 앞으로 나아갈 발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며칠 전 TV에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남성에게 달려가 CPR을 해주고 119가 오자 아이들 학원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으로 향한 세 아이의 엄마인 한 여성의 인터뷰 장면을 보았다. 한 낯선 이를 위해 달려가 CPR을 해 주는 모습이 참으로 따스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해본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마음에 떠 올랐다. 한 명은 주영이의 친구로서 극단적인 행동을 한 후, 아직까지 아들의 폰 바탕화면에 납골당 사진으로 남아있는 아이이고, 다른 한 명은 친구 세남이다. 아들의 병영문제로 인해 남편과의 갈등도 심했었고, 무척 아파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야기를 깊이 하지 않아 그 고통의 깊이를 알 수 없었고, 그냥 말하는 것만을 들어주곤 했다. 곧 이사를 앞두고 멀리 갈 친구에게 나도 이 책의 저자가 해주는 조언대로 “너의 마음은 어떠니?”라고 물어보며 그 친구의 마음 CPR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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