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지 68일째, 조금은 늦은 고백.
언제부터였을까.
긴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여행하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때가.
2014년 겨울, 혼자 10kg 배낭을 메고 떠났던 동남아 여행부터였을까.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고, 한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니 아마도 더 오래 전이였던 대학교 1학년 때 떠났던 유럽 첫 배낭여행 이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그때를 떠올려보고, 그때의 일기를 읽어보아도 여행 당시 나는 늘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았다.
매일 짐을 풀고 싸고의 반복, 낯선 어딘가로 떠나는 일은 피곤했고 또 두려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두려움은 늘 설렘을 함께 데려오곤 했다.
설렘과 두려움은 반대의 감정이었지만 이 두 감정이 동시에 찾아올 때면 이상하게도 내일이 더 흥분되고 기대되었다.
그리고 이 설렘과 두려움 뒤에는 늘 뿌듯함이 찾아왔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처음으로 버스 티켓을 사는 일마저 하기 전에는 그렇게도 걱정을 시키더니 하고 나면 스스로 어찌나 대견한지 몰랐다. 여행은 내게 사소한 일로부터 자신감과 성취감을 선물해주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서서히 배낭여행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도 여행을 그리워하고 원하는지 깨닫게 될 때는 언제나 여행이 끝난 후였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여행은 출발 전 준비하는 그 순간부터가 시작이라고. 그리고 끝난 후 돌아와서 그 여행을 기억하며 추억하는 것 또한 여행이라고.
아마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추억하는 여행을 더 찐하게 느꼈던 것 같다.
매일 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여행 속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럴 때면 늘 그리웠다.
그때가, 그때의 내가.
그 이후로 늘 가슴속 깊은 곳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품으며 그 꿈을 잃지 않고 잊지 않기 위해 일상을 살아냈고, 참아왔다.
이번 여행을 준비한 지 근 2년 정도 되었을 때쯤,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목표한 여행 경비보다는 약간 모자랐지만, 더 늦어지면 용기보다는 겁이 더 많아질 것 같았다.
2017년 2월 28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5월 12일, 내 굳은 결심과 터져 나올 것 같았던 눈물을 모두 꽉 껴안고 베트남 호찌민행 비행기에 몸과 마음을 실었다.
그로부터 68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나는 내가 왜 떠났는지 분명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행 중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왜 이런 긴 여행을 나오게 되셨어요? 계기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난 그저 떠났을 때의 내가 '행복'이란 감정에 가장 가까웠다고 느끼기에,
그래서 여행이 끝났을 때마다 항상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기에 그래서 떠났다.
누군가처럼 여행 속에서 어떤 아이템을 찾아내고, 돌아가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없다.
우연히도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저 바라는 것은 하나다.
나에게 더 마음에 드는 나를 찾고 싶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이 내 진심이다.
조금은 더 마음에 드는 나를 발견하는 일, 그것이 내겐 여행이었나 보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더 길을 잃고, 찾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