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기록하는 슬기 Dec 02. 2020

꿈속에 '그 사람'이 나온 이유

#06. 어쩌면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평소에도 불면증을 달고 살지만 유독 새벽 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날이 있다. 그 이유는 춥거나 덥거나 밖이 시끄럽거나 끔찍한 꿈을 꿨거나 커피를 오후 늦게 마셨거나 무거운 고민이 있어서 신경이 한껏 예민해져 있거나 등등.. 사실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들은 별에 별 사소한 이유 때문에 잠에서 깬다. 그래도 어제는 웬일인지 평소보다 빨리 잠에 들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역시나 새벽에 여러 번 깼는데 오늘 자꾸 깬 이유는 '꿈' 때문이다. 


오늘 꿨던 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은 두 개인데, 두 가지의 꿈이 자꾸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꿈속 배경이 현실이랑 똑같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배경이 얼토당토 하지 않게 너무 비현실적이면 꿈을 꾸는 도중에 '아 이거 꿈이네?'라고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런데 현재 내가 보내는 일상이 꿈속 배경이 되고, 그 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온 신경과 감정을 몰입해서 그 꿈속에서 진심으로 살아간다.


오늘 꾼 꿈을 간단히 말하자면, 첫 번째 꿈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 (10대 때 아이돌 꿈도 안 꿨는데 30대가 된 나는 최애 유튜버 꿈을 꾼다..)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니는 꿈이었다. 얼마나 그 꿈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유튜버 (오빠)를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했는지 꿈에서 깨고 나니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꿈속에서라도 그분이랑 여행을 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꿈속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역시. 꿈은 꿈이었구나..)


두 번째 꿈이 사실 오늘 내 머리를 하루 종일 멍하게, 띵하게 만든 주범이다. 꿈속 배경은 요즘 내가 지내고 있는 방, 그리고 실제로 누워있는 침대 위였다. 차가워진 온도에 코끝이 시려 잠에서 깬 나는 실눈을 뜨고 베개 밑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몇 시인지 확인했다. 곧이어 휴대폰 화면 상단에는 카카오톡 알림 두 개가 떴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그 누군가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메시지를 바로 확인하지 않고 카카오톡에 들어가 미리 볼 수 있는 마지막 메시지만 확인해 보았다.


"요즘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 거야..?"


곧장 대화창을 옆으로 쓱 밀어 삭제를 해버렸다. 아마 그 사람 대화창에는 숫자 1은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읽기가 싫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버린 나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연락이 온 건데 답장을 해줘야 하나?', '아니야. 됐어. 앞으로 만날 사이도 아닌데 뭐.'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생각들이 뇌 주름 사이사이 가득 껴버렸을 때 과부하가 걸렸는지 그때, 진짜 잠에서 깼다.



'꿈이어서 다행이다.', '꿈이라서 아쉽다.' 이 생각이 동시에 든다면. <사진 : 2017. 11. 인도 우다이푸르>



두 번째 꿈속 그 카톡의 주인공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듯 '전 남친'는 아니다. 썸남이니 썸녀니 하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구 썸남' 정도가 될 것이다. 분명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꿈을 꾸고 나니 아직 나는 그에게 조금의 감정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다시 잘 되고 싶은 그런 이성적 감정이 아닌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이전에 그를 기다렸던 내가 떠올라 부정적인 감정이 가슴속 작은 파도로 일렁거렸다.


사실 그때 그와 연락을 그만하자고 했던 건 나다. 왜냐면 너무 오랫동안 확실하지 않은 이 관계를 끌고 갔고, 항상 그의 표현은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있었고, 우리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된 후 그 시간이 기대가 되었기 때문에 그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분명 그 사람도 나한테 관심이 있고, 나를 궁금해했고,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걸 느꼈는데 늘 그는 나를 애태우고 또 애태운 후 아주 조금의 마음을 보여줬다. 


그 당시 바쁘던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겉으로 나도 바쁘니 괜찮다고 말했지만 속은 아니었다. 확실하지 않은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며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 사람에게 나는 사귀기는 싫고, 놓치기도 싫은 딱 그런 애매한 사람인 건가?', '내가 매력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사람과 연락한 후부터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결단을 내리고 그 사람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연락을 하자고. 나는 나의 자존감을 깎게 만드는 누군가와는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은 끝까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마지막임을 고했고, 그 이후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었다. 그런 그였고, 그런 사이였는데 왜 뜬금없이 꿈에 나와서 나를 또 고민하게 만드는지, 아니 꿈속 나는 왜 고민을 한 건지 제정신의 나로서는 참 우스웠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꿈에서 깨어난 제정신의 나는 휴대폰 화면 속 새로운 메시지가 없던 카톡 창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는 것이다. 하나 더해 도대체 왜 하루 종일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건지..


아마 나는 끝까지 그 사람의 진심을 듣지 못했기에, 나 또한 그 사람에게 나의 솔직한 진심을 전하지 못했기에  내 무의식 속 그와 나는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던 것 같다. 물론 살면서 모든 관계의 끝에 깔끔하게 마침표를 딱 찍고 끝내기란 어렵다. 어떤 관계는 쉼표 (,)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침표(.)였다는 걸 뒤늦게 알기도 하고, 거꾸로 마침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조금 길었던 쉼표였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관계들은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너무도 빨리 증발되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훌쩍 떠나는 이유는 하나, '외로워서. 그리고 그 외로움을 그리워하고 싶어서.' <2020. 11. 제주 서귀포>



침대 위에서 멍하니 그 사람 생각을 하다가 자연스레 육지에 있는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는 대부분의 관계들과 쉼표를 찍고 있는 상태다. 어쩌면 그 쉼표를 찍고 싶어서 더욱 제주로 떠나 온 것도 있다. 지금 내가 찍은 쉼표가 과연 내 의도대로 쉼표가 될지 아니면 마침표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중 많은 점들이 쉼표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꿈은 오랜 시간 무의식 속에 계속해서 생각했던 것들이 나온다고 한다. 오늘 반대되는 두 가지 꿈이 내게 찾아온 이유는 아무래도 하나같다. 나는 스스로 선택한 이 외로운 길에서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이 길을 잠시라도 걷고 싶었던 것이고, 오래전 기다리던 누군가의 마음을 이제라도 듣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야 지금의 이 외로움이 내가 선택한 외로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으니까. 

내가 쉼표를 찍었다고 생각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속 공책 위에도 나란 사람과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었을 거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꿈은 현실에서는 반대로 일어난데."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꿈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지만 오늘 꾼 꿈 중 하나는 반대가 아니라 언젠가 그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둘 중 어떤 꿈이 현실로 일어났으면 좋겠는지 다들 잘 아시겠죠..? ㅎㅎㅎ)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자분들의 공감과 응원만이 저를 움직이게, 저를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늘 고맙습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여러 번 건강을 잃고 후회하면서 깨달은 것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