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받은 상처에 대처하는 자세

#09. 악플을 겪고 깨달은 마음의 상처 대처법

by 기록하는 슬기

어제저녁, 가끔 추천 영상으로 뜨는 한 여자 유튜버의 QnA 영상이 떴길래 한 번 클릭해봤다. 그분의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된 건 오래전이지만 영상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랑은 잘 맞지 않아서 구독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이 유튜버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일단 20만이 넘는 구독자의 숫자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생존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악플러들이 공격을 해왔는데도 어찌 됐건 견뎌냈고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질문을 차례대로 읽던 그 유튜버가 영상 중반 즈음 읽은 한 질문은 나도 평소 궁금했던 것이기도 했다.

"언니는 악플이 달리면 어떻게 대처하세요?"

이전에도 한 번 악플 읽기라는 영상을 만들어서 업로드했던 적이 있다면서 그녀는 꽤 덤덤하게 답했다.

"예전에는 정말 하나하나 다 악플을 읽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어요.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잠도 안 오고요. 지금도 외모 비하나 성적으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악플들이 많아요. 물론 그런 악플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제는 일부러 생각을 안 해요. 악플이면 바로바로 지우고 그 계정은 차단해요."


지금까지 보아온 영상 속 그녀는 그저 마냥 밝아 보였었다. 그래서 사실 나는 그녀의 영상을 즐겨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약간은 가라앉아있는 내 성향에 비해 늘 방방 떠있는 듯한, 천진난만한 그녀의 모습이 그리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QnA 영상 속 침착하게 질문에 답하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고 나보다도 훨씬 성숙해 보였다. 그리고 현명해 보였다.




악플이란 이 세상에 나를, 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살고 싶은 사람이 겪어야 할 숙명 같은 걸까. <사진 : 2020. 10. 기록노동자의 일상>



아직 나도 악플이나 기분 나쁜 댓글을 많이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블로그를 운영했고, 가끔 브런치에 쓴 글들의 노출이 많아지면서 몇 번의 악플을 받아봤었다. 특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다짜고짜 욕을 한다거나 외모나 성적인 발언을 하는 댓글은 달려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만큼 기분 나쁜 악플이 있다. 무조건 다 자신들의 논리와 경험이 맞다며 가르치려 드는 꼰대들의 댓글은 여러 번 겪어봤다. (그중 한 명은 내 인생을 운운하며 집요하게 특정 글 밑에 1시간 간격으로 악플을 남겼었다.)


그런 악플러들의 공격을 몇 번 당하고 나서부터 브런치 알림으로 '000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라는 한 줄만 떠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히도 대부분의 댓글은 내 글에 공감을 해주시고 나를 응원해주시는 따뜻한 댓글들이었지만 특히 처음 보는 아이디로 댓글이 달리면 그때마다 심장이 조금씩 더 크고 빠르게 뛰는 건 한동안 어쩔 수 없었다.


몇 번의 악플을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보던 연예인들과 유튜버, BJ들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자 유튜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한 번 상상을 해봤다.

'내가 만약 그들처럼 10만~20만의 구독자가 있고, 한 영상 당 조회수가 5~6만 정도가 나온다면, 그 아래 댓글이 200~300개 정도 매번 달린다면.. 그 안에 악플이나 악플 비슷한 댓글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등 세상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악플에 힘들어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처음에 악플을 읽었을 때는 "에? 뭔 소리야?" 싶다가도 똑같은 이야기를 오랜 시간 계~속 해서 듣게 되면 "정말 그런가..?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라고 의심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일종의 '세뇌'를 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심지어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칼을 들이대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면 그때마다 받을 스트레스와 상처는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연예인은 회사 차원에서 악플을 관리해주고, 유명 유튜버나 BJ는 직원들을 두고 악플을 관리한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플을 본인이 직접 읽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댓글을 관리해 줄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플을 지우면서 '악플은 악플일 뿐 내가 그 말들로 상처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를 믿어야 한다는 것.' <사진 : 2020. 10. 집으로 가는 길>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내가 미리 어떻게 바꿀 수가 없다. (당연히 악플러들의 경우 추후에 확실한 대처를 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게 뱉은 가시 돋친 말, 어쩌면 쓰레기보다도 못한 악취 나는 그 말들을 다시 주워 담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 더러운 것을 내 마음속에 담아서 내 속을 상하게, 아프게 만들 이유는 전혀 없다. 내가 오늘 본 그 유튜버처럼 악플에 대해서는 아무 의미를 두지 말고 고민 없이 바로 '삭제-차단'을 해야 한다. 굳이 한 번 더 생각하고, 기억하고, 어느 날 또 그 기억을 꺼내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서는 안된다. (예전에 나처럼)


맞다. 특히 이 마음 가짐은 인터넷 세상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난 이상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감동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로에게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 미워하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도 쉽게 느낀다. 나라는 사람을 빼고는 이 세상에는 모두 나와 다른 사람이기에.


상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말과 표현이 내게 상처로 느껴졌다고 할지라도 그 상처를 나 스스로에게 낼지 말지, 그리고 그 상처를 기억하고 훗날 다시 한번 상처를 낼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아무 의미 없이 던진 돌에 지나가다가 맞았다 할지라도 굳이 그 돌을 주워서 나 자신에게 또 던지고 아파할 필요는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돌을 던지는 건 상대의 자유라고 한다면 그 돌에 맞은 후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나의 의지이고 나의 자유이니까.







만약 근래에 누군가가 무심코 던지는 돌에 맞았다면, 그래서 아팠다면 최대한 빨리 그 상처에 약을 발라주세요.

그 상처를 더 크고 깊게 키우지 마세요.

하루빨리 그때 기억과 그 돌을 잊기를 바라요.

내 상처는 내가 정하고, 내가 돌보는 거니까요.

그리고 자신을 의심하지 말아요.


+) 주변에 혹시 무심코 계속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빨리 끊어내세요. 끊어낼 수 없다면 멀어지세요. 그들은 그들의 손에 돌을 들고 있는지, 솜을 들고 있는지 조차 모를 테니까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시고, 느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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