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연애 적령기, 결혼 적령기'

#28. 나는 연애 상대로, 결혼 상대로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by 기록하는 슬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아 추워.."라는 말 대신 "아.. 외로워.."라는 말을 하는 내게 최측근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근데 지금 너는 네가 연애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면서 뭘 그러냐. 그리고 너는 예전에도 한 사람 딱 만나면 길게 잘 만났었잖아. 내가 보기에 너는 진짜 잘 맞는 사람 만나면 어렸을 때보다 더 현명하게 관계를 잘 유지할 거 같아. 결혼해도 지혜롭게 잘 살 것 같고. 넌 이해심이 많잖아. 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걱정 안 돼."


최측근들이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줄 때면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던 내 마음에도 괜스레 안도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동시에 지난 나의 연애사가 5분 순삭 영상처럼 짧게 머릿속을 스치고 간다. 아마도 내 친구들이 연애할 때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게 이런 이야기해주는 친구들 대부분 동성 친구들이고, 내가 친구에게 대하는 것과 남자 친구에게 대하는 표현, 행동 모두가 다를 테니.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일은 힘들지만 최대한 지난 나의 연애 생활을 타인의 연애처럼 바라보면, 음.. 전반적으로는 꽤 괜찮은 여자 친구였던 것 같다. 적어도 2년, 3년 정도 길게 만났던 분들에게만큼은.

어렸을 때부터 친오빠와 워낙 대화도 많이 하고 정서적으로 가까이 지내서 그런지 남자라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진심과 표현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만났던 분들 또한 대체적으로 성격이 순하고 이해심이 넓은 분들이라 만나는 동안은 딱히 큰 문제없이 심각한 다툼 없이 잘 지냈었다.


이렇게 보면 내가 괜찮은 여자라고 스스로 느끼는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니다. 친구들이 내게 이해심이 많다고,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줄 때마다, 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네가 나를 여자-남자로 안 만나봐서 그래. 잘할 땐 잘하지만 나 진짜 별로일 땐 되게 별로야."

이 말은 일부러 겸손한 척을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동성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대부분 잘 참고, 이해도 많이 해주는 편이라는 것은 군말 없이 인정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는 연애를 하는 관계에서 나는 나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고 있다.




P20200822_083049773_ADF25ADC-7FF1-40DF-9C00-F74B0EAF3080.JPG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누군가 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걸 알아버렸다. <사진 : 나와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던 시간. 2018. 호주 퍼스>




이를테면, 연애를 시작할 때 나는 두려워서 뒷걸음치면서 상대방은 나와 다르길 바랐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면서 상대방은 내게 먼저 다가와주기를 바랐다. 혹은 연애 중에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알게 된 상대방의 결핍, 그리고 상처를 바라보며 온전히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 사람의 결핍만, 그 상처만 골라서 안아줬다. 하지만 나는 상대방이 나의 결핍과 상처, 그 모두를 꼭 끌어안아주길 바랐다.


나는 늘 그랬다. 상대방이 내게 해주길 바라면서 나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와 짧지 않게 만났던 몇몇 분들은 나의 이 이기적인 마음까지 모두 품어줬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했고, 후회했고, 아파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나서부터 더욱 연애가 어려워지고, 사랑이 두려워진 것 같다. 삶을 살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결핍과 상처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그 사람의 결핍과 상처를 안아줄 '용기'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먼저 결혼을 한 친구들은 내게 하나같이 말한다.

"누가 그런 걸 다 생각하고 결혼을 해. 그냥 좋으면 하는 거지. 너처럼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면 연애도 결혼도 못해."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나는 '그냥 좋아서' 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고, 나의 삶을 나 스스로 책임지고 살 수 있을 때, 동시에 함께 하는 그 사람 그 자체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을 때, 아니 그만큼의 용기라도 있을 때, 그때 하고 싶다.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사는 '나'이지만 지금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최측근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나 스스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감정만 풍부하고 정신적 심리적으로는 가난한 사랑은 하기 싫다.

감정이 흘러넘치는 사람보다도 정신적 심리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되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서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유지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다.

그 후에 또 다른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모두 제 글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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