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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Feb 25. 2021

먹고살라고 내가 선택한 일

이왕이면 더 행복하게, 더 건강하게 먹고살라고 저는 글을 씁니다.


만성 불면증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새벽에 자주 깨는 건 당연해진 지 오래됐다. 그리고 자는 동안에 여러 개의 꿈을 꾸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특히 요즘 들어 비슷한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데 그 꿈을 꾸고 나면 늘 찝찝한 기분으로 잠에서 깬다. 


그 꿈속에서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들이 내 글을 읽고 막무가내로 내 글에 대해 평가한다. 물론 그 사람들은 내가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지 모른다. 대부분 그들의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내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기는 날카로운 말들이다. 꿈속에 나는 서둘러 노트북을 열고 급하게 글을 수정한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나는 앞머리를 쥐어뜯는다. 인상을 찌푸린 채 한숨을 깊게 쉰다. 그렇게 잠에서 깬다.



이런 꿈이 언제부터 반복해서 나온 건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마 1월부터 시작한 슬기 드림 (매일 한 편의 글을 구독자님들의 메일로 보내드리는 서비스)을 연재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이 구독 서비스는 아무래도 유료로 진행되다 보니 글을 쓸 때 느끼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이전과는 달랐다. 매일매일 구독자님들께 실망을 시켜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몇 배로 강하게 들었다. 


사실 꿈속에서 내 모습은 현실 속 내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글 앞에서 인상 쓰고 한숨짓는 모습, 그리고 혹시나 내 글이 구독자님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글을 쓰는 내가 좋고, 또 글로서 먹고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랬기에 과감하게 도전했던 구독 서비스였다. 그렇지만 처음 겪는 일과 그에 따른 감정 때문에 요즘 나는 '글쓰기'를 너무 진지하게, 무겁게만 바라봤던 것 같다. 




역시 모든 도전은 힘겹고 아픈만큼 배우는 것도 얻는 것도 많다. <사진 : 좌) 매일 새로고침했던 슬기 드림 구독 신청 현황 / 우) 슬기 드림 첫 메일 보낸 역사적인 순간>




그리고 며칠 전, 이런 복잡한 내 마음을 간단명료하게 만들어준 한 문장을 우연히 만났다. 

나는 매일 오전에 유튜브에서 홈트레이닝 영상을 틀어놓고 운동을 하는데, 요즘에는 꽤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을 즐긴다. 그리고 그 영상 중간중간 유튜버 분은 자신도 숨이 헉헉 차오르면서도 동작을 설명을 하고, 동시에 "일시 정지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잘하고 있어요!"와 같은 격려를 해준다. 그날도 남은 힘을 쥐어짜느라 인상을 쓰면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유튜버분은 나를 지켜보고 있던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인상 쓰지 마세요. 즐겁게 운동해요, 우리! 우리가 운동하는 이유가 뭐예요? 다 먹고살라고 하는 거잖아요. 우리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먹고살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즐겨요. 인상 쓰지 마세요. 웃어요. 여러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찌푸리고 있던 얼굴 표정을 억지로 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그러고 있는 내가 우스워서 진짜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인상을 찌푸리고 끙끙거리면서 억지로 운동을 하고 있던 내 모습이 어쩌면 요즘 글 앞에서 짓던 나의 표정과 마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운동도, 글쓰기도 아무도 내게 시킨 적이 없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하는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그 유튜버분 말처럼 '다 먹고살라고,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먹고살라고 하는 것'이었다. 








가끔 우리는 내가 원해서 한 선택에 따른 행동을 오랜 시간 반복하게 되면서 그 선택을 했던 이유와 목적을 잊곤 한다. 동시에 그 반복되는 행동 속에서 강한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그전에 '내'가 한 선택이라는 것 또한 잊는다. 그리고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에 빠져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생각보다 그 선택의 이유와 목적은 간단명료했었던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마 내가 요 근래 그랬던 것 같다. 글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 앞에서 덜컥 겁을 먹고 온 몸과 마음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원래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본래 이유와 목적을 잠시 잊었나 보다. 

다행히 내가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를 찾은 지금, 앞으로 나는 글쓰기 앞에서 더 이상 인상 쓰지 않고 조금 더 자주 웃으면서 즐겨보려고 한다. 

'글쓰기'는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먹고살라고 내가 선택한 나의 일이자 나의 삶이니까.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선택한 이 일과 이 삶이 만들어내는 파도를 피하기보다 파도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서퍼가 되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브런치 새 글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 발행됩니다.

(가끔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즈음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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