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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Aug 12. 2019

늘 느린 한 사람의 독백


너와 이별 후 내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 참 독하다.."라는 말.

난 더 매정하게 돌아섰고,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일부러 듣지 않고 보지 않았다.

그게 최선이었다.

우리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그때부터 이미 내 마음은 수많은 크고 작은 틈이 생겨 너의 대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지만

그 틈을 너에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 틈을 보이면 니가 아니라 내가 무너질 것 같았거든.

그 틈을 다른 새로운 기억, 추억으로 메워보려고 했는데 결국 그 새로운 기억들은 가볍게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그 자리는 여전히 텅텅 비어있었다.


위태롭게 하지만 꿋꿋이 잘 버텨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의 나는 억지로 버티다못해 한순간에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렸다.


결국 나만 그 기억 속에 묻혀 나오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어두컴컴하고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웃고 있다.


몇 년 전, 니가 그랬을까.

어둡고 길었던 하루하루를 견뎌냈겠지.

그렇게 기억 속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든 살아냈겠지.

이제는 넌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까.


나도 니가 그랬듯 그 안에서 울고, 웃고, 다시 울며,

그럼에도 견딘다면

그러면 조금 나아질까.

지금의 너처럼.


난 괜찮다고 착각해왔던 지난날,

넌 얼마나 나의 아픔을 바라 왔을까.

넌 얼마나 그 안에서 발버둥 쳤을까.


그때 내가 줬던 아픔 모두 나에게로 되돌아와

이제야 그 아픔을 겪는 나는 참 못났고,

참 느리다.


이렇게 아픈걸 보니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나 보다.

같은 시간은 아니어도

너는 많이 아팠었고,

나는 이제야 많이 아픈 걸 보니.


너는 그만 아프고 행복해야 한다.

이제는 내 차례니까.

아마 내가 아프지 않다면

그건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근데 걱정 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보다 깊게 길게 아플 것 같으니까.







낯선 길 위,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도 저 달을 보며 니 생각을 했다고 이제서야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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