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느린 한 사람의 독백
너와 이별 후 내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 참 독하다.."라는 말.
난 더 매정하게 돌아섰고,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일부러 듣지 않고 보지 않았다.
그게 최선이었다.
우리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그때부터 이미 내 마음은 수많은 크고 작은 틈이 생겨 너의 대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지만
그 틈을 너에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 틈을 보이면 니가 아니라 내가 무너질 것 같았거든.
그 틈을 다른 새로운 기억, 추억으로 메워보려고 했는데 결국 그 새로운 기억들은 가볍게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그 자리는 여전히 텅텅 비어있었다.
위태롭게 하지만 꿋꿋이 잘 버텨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의 나는 억지로 버티다못해 한순간에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렸다.
결국 나만 그 기억 속에 묻혀 나오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어두컴컴하고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웃고 있다.
몇 년 전, 니가 그랬을까.
어둡고 길었던 하루하루를 견뎌냈겠지.
그렇게 기억 속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든 살아냈겠지.
이제는 넌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까.
나도 니가 그랬듯 그 안에서 울고, 웃고, 다시 울며,
그럼에도 견딘다면
그러면 조금 나아질까.
지금의 너처럼.
난 괜찮다고 착각해왔던 지난날,
넌 얼마나 나의 아픔을 바라 왔을까.
넌 얼마나 그 안에서 발버둥 쳤을까.
그때 내가 줬던 아픔 모두 나에게로 되돌아와
이제야 그 아픔을 겪는 나는 참 못났고,
참 느리다.
이렇게 아픈걸 보니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나 보다.
같은 시간은 아니어도
너는 많이 아팠었고,
나는 이제야 많이 아픈 걸 보니.
너는 그만 아프고 행복해야 한다.
이제는 내 차례니까.
아마 내가 아프지 않다면
그건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근데 걱정 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보다 깊게 길게 아플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