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계획

by 슬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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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유출로 인해 그림자 정부는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게 된다. 크로노스 바이러스 프로젝트도 미완성이고 백신도 여전히 치명적인 부작용을 제거하지 못했지만, 유출사고로 인해 백신 개발이 서둘러 진행된다.


"크로노스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어. 계획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됐어."


수염으로 얼굴이 뒤덮인 테드는 굳은 표정이 드러났다. 그는 무겁게 팔짱을 끼고, 회의실을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


"백신도 아직 미완성 상태인데… 치명적인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출시하면 우리 계획이 위험해질 수 있어."


토마스는 손등에 새겨진 뱀 문신이 보일 정도로 손을 책상 위에 올려두며 말을 이었다.


"위험하다고? 이미 유출 사고가 났어. 잠복기가 지나기 전에 백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해. 더 이상 시간은 없어."


테드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무겁게 테이블에 손을 얹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한 관계자가 말했다.


"트리메딕에도 같은 압박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백신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을 추가로 배정했어요."


"그럼 되는 거야. 백신이 완성되지 않으면, 우리가 이 사태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트리메딕에게 더 강하게 압박해. 시간이 없다."


"부작용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부작용은 무시해. 지금 중요한 건,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우리가 백신을 손에 넣는 거야.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하면, 그들은 스스로 백신을 찾게 될 거야."


트리메딕의 연구실은 평소와 달리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구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그림자 정부의 관계자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백신 개발이 얼마나 남았지?"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강압적이었다. 연구실에 있던 이민석 박사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아직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부작용을 아직 완전히 제거하진 못했습니다…"


"부작용은 지금 문제가 아니야. 이미 바이러스가 유출됐고, 우리는 시간이 없어."


그림자 정부 관계자는 한 걸음 다가오며 더 강한 압박을 가했다.


"지금 당장 이대로 트리메딕의 이름을 달고 백신을 출시하더라도, 당신들은 안전할 거야. 문제가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이민석 박사를 똑바로 응시했다.


"부작용을 무시하고 출시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험? 그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문제야.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작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어. 슬슬 개발을 마무리하도록 해."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이민석 박사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정부의 압박 속에서 그는 자신의 연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자 정부 관계자가 돌아간 후 이민석은 최준혁을 불렀다.


"그 사람들이 돌아갔군요. 부작용 문제를 무시하고 그냥 출시하면… 트리메딕은 끝장이 날 겁니다."


이민석은 깊은 한숨을 쉬며 책상에 앉았다. 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알아, 준혁아. 부작용을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백신을 내보내면,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거야. 지금까지의 연구가 다 무의미해질 수 있어."


"그렇다고 출시하지 않으면, 그들에 의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출시한다 해도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쏟아지면, 그때는 우리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고요."


이민석은 고민에 빠진 듯 조용히 책상을 두드렸다. 그림자 정부의 압박이 너무 강했지만, 그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도 컸다.


"그들은 우리가 부작용을 무시하고 출시하라고 하지만, 우리가 책임질 문제는 남아 있지. 이대로 출시하면 트리메딕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거야. 우리도 마찬가지로 끝장이지."


"그래서 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부작용을 제거하지 못하면 우리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때 이민석은 최준혁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준혁아, 생각해 본 게 있어. 우리가 백신의 제조번호(Lot Number)마다 성분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면 어떨까?"


"성분을 다르게 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백신을 맞은 사람들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게끔 하는 거야. 어떤 사람은 경미한 부작용만 겪고, 또 다른 사람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게 만드는 거지. 그렇게 되면 백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적인 건강 상태나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러면 백신의 부작용이 특정 패턴 없이 불규칙하게 나타나서, 사람들은 백신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거라는 말인가요?"


"맞아. Lot Number마다 성분을 조금씩 다르게 배합하면, 부작용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나겠지. 원래 약물이라는 게 일정한 부작용이 발생해야 허가가 가능하잖아. 사람들을 아마 백신 자체를 의심하는 대신, 다른 원인 때문에 그런 거라고 믿게 될 거야."


최준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잠시 침묵했다.


"그렇다면… 백신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 시간을 벌고, 그동안 부작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 그게 아니면, 크로노스 바이러스의 부작용이라 덮어씌우면 그만이야.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거라 믿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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