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대
제일 먼저 임신 사실이 실감 난 건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은 평소 장난기가 많은 편인데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나를 종종 부아가 치밀게 했던? 장난들을 일절 치지 않았고, 나를 아기 다루듯 했으며, 내 말을 너무 잘 듣는 착한 남편이 되어 있었다..!!
"핸드폰 좀 가져다줘~ 물 좀 가져다줘~"하며 나에게 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제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분리수거할 쓰레기가 많아서 한 번에 쓰레기장으로 못 옮길 때 "오빠~쓰레기 버릴 게 많은데 나 좀 도와줘" 하면 남편은 "이런 건 ㅇㅇ이가 혼자 할 수 있어. 혼자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아해."라며 꼭 한 번에 안 도와주고 몇 번 장난을 친 뒤에야 도와줬었는데, 이제는 내가 말한 적도 없는데 분리수거를 다 해놨다. 내가 뭘 실수하면 "ㅇㅇ이는 어떻게 이런 것도 못하냐~바보야?!"라고 놀렸었는데, 이제는 내가 뭘 해도 "최고야! 천재야!" 긍정적인 말만 해줬다.
남편이 나를 화나게 하는 장난도 안 치고 긍정적인 말들만 계속 해주고 내 말을 너무 잘 들어주니까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고, 엄마한테도 농담처럼 "임신하니까 남편이 내 말을 너무 잘 들어ㅎㅎ"라고 말했다. 돌이켜 봐도 기억에 남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다음으로 임신이 실감 난 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고 계획을 세우면서부터였다. 인스타에서 임신 관련 게시물을 한두 개 보다 보니 어느새 추천 게시물들이 임신 초기 관련 내용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임신 초기에 알아둬야 할 사항들을 이것저것 확인하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다음 주 화요일 쯤 병원 가서 아기집 보고... 와.. 이제 막 임테기로 두 줄 확인했는데 그다음 주가 벌써 6주 차고 아기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진짜 진행 빠르다. 이렇게나 빠른 거였구나.. 그러면.. 일단 다음 주에는 병원 가서 아기집 확인, 임산부 등록, 보건소 가서 임산부 배지 받고, 국민행복카드 발급, 태아보험 신청 이렇게 하면 되겠다. 다음 주에 바쁘겠네.' 계획을 세우니 자연스레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가 됐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두 줄을 본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굉장히 들떴던 거 같다. 남편은 벌써부터 태명을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 태명은 뭘로 할까?"
"벌써 짓게? 좀 나중에 지어도 되지 않아?"
"흠.. 알밤이 어때? 귀엽지 않아?"
남편은 평소 "ㅇㅇ이 딱밤!" 하면서 놀리곤 했는데 딱밤은 때리는 단어니까 태명으로는 안 되고 비슷하게 알밤이는 어떠냐고 했다.
"좀 남자이름 같지 않아? 아직 성별도 모르는데."
나는 다른 좋은 태명이 있나 속으로 생각해 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고 알밤이라는 단어가 왠지 귀엽고 마음이 갔다.
"그래. 알밤이라고 하자."
이렇게 태명도 짓고, 태교여행도 생각해 보고, 네이버 임신 주수 계산기로 내년 1월이 출산 예정일이라는 것도 알면서 점점 '나도 이제 어머니가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