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기집
생리 예정일이 5일 정도 지나고 아기집을 보러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앞에서 기다리는 부부들이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나가는 걸 보면서 우리는 순서를 기다렸다. 나도 곧 저런 사진을 받겠지 생각하면서.
"ㅇㅇ님~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저번에 배란초음파 보고 가셨죠?"
"네. 한 번에 임테기 두 줄이 나왔어요."
"잘 됐네요. 그럼 초음파를 한 번 볼까요?"
초음파 화면은 나한테도 잘 보이는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계산상으로는 5주 3일 차 정도 되었기에 보통은 아기집이 보일 시기였다. 그런데 내가 보는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작은 점 같은 거라도 보여야 했는데 내 눈으로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도 말이 없었다. 정적이 길어지자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뗐다.
"왜 아무것도 안 보이죠?"
"아.. 일단 초음파 상으로는 아기집이 보이질 않네요. 자궁 내막이 두꺼워져 있기는 한데.. 아기집으로 보이는 건 안 보이네요. 오늘은 일단 피검사를 해보고 다음 예약을 잡죠."
보일 거라고 기대한 아기집이 보이질 않으니 이때부터 당황한 마음이 조금씩 생겼다. 피검사로 측정한 hcg수치(임신 여부를 알려주는 호르몬 지표)는 324였다. 1500~2000 이상이 나와야 아기집이 보이는 데 나는 이 수치에 들지 못한 것이었다. Hcg수치는 정상적이라면 2,3일 동안 두 배씩 증가하기 때문에 일주일 뒤에 다시 오기로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아기집을 못 봐서 남편도 조금 실망한 느낌이 들었고, 나는 상을 받는다고 학교에 부모님을 데려갔는데 막상 상을 타지 못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임신 준비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정신없이 찾아봤다. '좀 더 지나서 아기집을 봤다, 생리 주기가 길면 더 늦게 보일 수도 있다'와 같은 희망적인 글들도 있었고, '수치가 더 오르지 않아서 자연 유산이 되었다, 자궁 외 임신으로 수술을 받았다'와 같은 걱정되는 글들도 볼 수 있었다. '그래. 난 주기가 34일로 긴 편이니까 28일을 주기로 하는 네이버 주수 계산기랑은 안 맞았을 수도 있어. 다음 주면 볼 수 있겠지.'
이렇게 마음을 달래고, 불길한 생각은 꾹 눌러두고 다음 주 검사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