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숨 고르기

때로는 아프지만

by 수진

뉴스를 통해 한 bj의 죽음을 접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충격이었고, 안타까웠다. 남겨진 그의 아이들도 생각났고, 고인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픈 일이었다...

어제는 좀 그런 날이었던 것인가. 이어서 접한 소식은 한 작가님의 악플러 고소 소식이었다. 이제는 나의 친구가 된 그분이 오랜 시간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것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분께 문자로 나마 위로를 건네던 중 문득 어느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읽었던 어느 날의 기억이. 나는 심장의 위치를 안다. 한 줄의 짤막한 문장이었지만 나에 관한 글을 읽는 순간 가슴 언저리에서 무언가 '쿵'하며 흔들렸으니깐. 육두문자도 아닌 주관적 생각이었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확신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곧 넘길 수 있었지만, 작가님의 상황은 심각했다. 그분이 받은 협박성의 글들은 건너 들어도 섬찟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러할 것이라는 상대의 포부(?)에 마침내 행동에 나선다는 그분을 격려하며 마음이 안 좋았다. 누군가의 부정적 기운이 얼마나 사람을 좀먹고 무력하게 하는지 어렴풋하지만 알기 때문이었다.

군인시절 나는 자주 괴로웠다. 당시의 일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 많은 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장 괴로웠던 일 중 하나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원망을 사는 일이었다. 나 스스로도 원치 않는 일을, 싫은 내색 없이 상대에게 하라고 종용할 때 나는 괴로웠다. 표면적으로 들리는 "알겠습니다."라는 언어 뒤, 숨겨진 상대의 진짜 언어인 반발의 기운과 짜증을 온몸으로 감지하며, 나는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미움을 피하려고 "나는 이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이라고 덧붙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래서도 안 되었다. 오히려 상대의 부정적 반응에 대비해 내쪽에서 먼저 방어벽을 치느라 나는 더욱 딱딱해질 뿐이었다.

특히 초임 장교 시절 나는 자주 본질을 피하려고 들었다. 반발의 기운이 감지될 것 같으면 애당초 말을 삼갔고, 아니다 싶은 장면을 보면 그것을 넘어갈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바로잡자면 괴로워지니깐 차라리 미리 외면하려 들기도 했다. 당시 나의 사수였던 선임은 매우 예리했던 사람이었다. 2년 선배였던 그는 나를 간파했다. 상처받기 싫어 본질을 외면하면서도 일말의 자존심에 그러지 않은 척 연기하는 내 안의 비겁함의 위장된 모습들을 그는 놓치지 않았고 가차 없이 나를 지적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명확한 스스로의 잣대를 가지라고 나의 부족함을 눈에 보이는 족족 잡아내 알려주는 그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배울 점도 많았고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반발하지 않고 가급적 그의 말을 수용하려 노력했지만 간부생활은 그런 차원에서 굉장히 괴로웠다. (여담이지만 훗날 그 선임은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적성에 꼭! 맞는 일을 찾은 그는 분명 가차 없이 환자들의 숨겨진 심리를 찾아내 치료로 이끌 것이다. 그가 명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분명 그에게도 배움을 얻었고, 끝내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나만의 잣대를 가진 뒤 중대 간부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참모부로 옮긴 뒤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병력이 없어지고, 제한된 사람들과 업무를 하는 생활이 이어져 그런 차원에서는 나았다. 물론 그 이면에서 산더미 같은 행정 업무들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나는 조금 훈련되었을 뿐 미움받는 일에 끝내 익숙해 지지는 못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결국엔 익숙해질 수 있는 그 어떤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익숙해지면 안 되는 감정은 아닐까. 스스로를 미움받아서 마땅하다고 여겨서는 안 되니깐.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미움받는 일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미움받는 일에 취약하면서도, 누군가의 부족한 모습을 보면 어느덧 미워하는 나를 돌아보며 마음을 조금 더 너그럽게 갖자고 잠시 다짐해 본다. 세상을 등진 bj와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그 아이들이 부디.. 부디 잘 자라기를... 작가님의 일도 가장 좋은 방안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라본다.

잠시나마 글을 쓰며 내 주변에 쌓인 미움과 무거움의 무게들을 덜어내 보았다. 이제 조금은 산뜻하고 조금은 따뜻해진 마음으로 호흡을 고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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