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남편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번이 N년간의 N번째의 시도다;; 결과로 보여주면 될 것이니 특별히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손이 크지 않은 내 기준으로 볼 때 잔뜩 사 온 닭안심을 보자 한 번은 개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많은 양이 고스란히 삶거나 구워질 것을 생각하니 내가 먹을 것은 아니지만 보는 순간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마침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던 밤이었다. 순간 떠오른 요리는 '매콤한 닭볶음탕'. 남편이 꽤 좋아하는 요리였다. 어차피 음식의 간을 생략하는 극한의 다이어트를 할 것은 아닐 테니 음식이 매워도 상관없을 것이었다. 닭고기는 거들뿐 채소를 잔뜩 넣을 계획에 일단 채소들을 손질했다. 오크라, 애호박, 양파, 대파, 당근, 마늘, 우연히 득템 한 꽈리고추까지 타이밍 좋게 집에 채소들이 많았다. 채소들을 다져놓고 치킨스톡 한 블록과 인터넷에 '닭볶음탕'을 검색하면 준비는 끝이다. 닭요리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나와 달리 남편은 닭요리를 좋아하고 요리 실력도 수준급인데 둘 중 한쪽만 잘하면 되므로 특별히 배울 생각은 없지만, 급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지름길은 하나 알아 두었다. 정말이지 '치킨 스톡'은 마법의 수프다. 딱 한 블록이면 뭐든 중간 맛은 보장되는 놀라운 비법이 담긴 결정체였다. 그 치킨 스톡이 있으니 닭볶음탕도 간단하다. 닭안심을 물에 넣고 살짝 끓이다가 불순물을 한번 버리고 깨끗한 물에 치킨스톡 한 블록과 닭안심을 계속 끓이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손질된 온갖 채소들을 투하해 끓인다. 채소도 적당히 익으면 재료의 양에 따라 고춧가루:간장:물엿이나 매실청 등 단맛을 내는 조미료를 1:1:0.5 정도의 비율로 투하해서 계속 끓이다 재료가 모두 익으면 완성이다. 살짝 국물을 먹어보니 후다닥 만든 거 치고는 맛도 그럴싸했다. 만들어진 요리를 남편에게 밤에 먹지 말 것을 당부하며, 다음날 출근길에 들려 보내기로 한다.
이상적인 결혼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결혼'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는 일은 결혼한 이후로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라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결혼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맺는 관계에 기대하는 바도 어쩌면 그럴 것이다. 위로든 친분이든 우정이든 격려든 상대를 성장시키고 상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 결혼도 그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로 인해 스스로의 가능성들과 잠재력들이 풍성하게 피어나 열매 맺는 삶. 물론 혼자서도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하고, 상대로 인해 더욱 아름답게 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것 아닐까. 늘 내적인 측면의 성장에서 생각해 보았던 그 일을, 오늘은 외적인 부분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 나의 이 요리로 남편이 목표(다이어트) 달성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날개를 달기를. 외적인 측면의 성장을 이루기를 바라본다.
덧. 어릴 때 '닭볶음탕' 말고 '닭도리탕'이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들어서 그런지 닭도리탕이 내게는 추억이 담긴 친근한 어감을 준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을 찾아보니 도리(とり, 鶏)는 일본어로 닭이라는 뜻도 있어서 닭도리탕은 닭닭탕으로 동어가 반복되어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그래서 조리할 때 ‘닭’과 채소류를 볶을 때 음식 자체의 수분이 배어 나와 국물도 생기기 때문에 ‘볶음(음식의 재료를 물기가 거의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히는 일)’이라는 말과 ‘탕’이라는 말이 모두 포함된 ‘닭볶음탕’이라는 대체 용어가 만들어졌다고. 그렇지만 제목은 내게 익숙한 '닭도리탕'을 변형해서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