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군반 교육과 나의 첫 보직

병기병과 탄약 소대장

by 수진

소위 임관 후 9박 10일의 긴 휴가를 보낸 뒤 첫 행선지는 대전 '종합군수학교'였다. 그동안은 장교가 되기 위해 그해 임관하는 모든 동기들이 모여서 16주간의 통합 군사훈련을 받고 임관했으며, 이제는 각각의 병과별로 나뉘어 병과교육을 16주간 받을 예정이었다. 나는 병기병과 소속이기에 병참, 수송 동기들과 함께 대전 자운대에 있는 종합군수학교에서 병과교육을 받게 되었다. 후보생 시절 4개 중대로 나뉘어있던 병기병과 동기들이 모두 모였기에 같은 중대에서 교육받아 안면이 있는 인원도 있었고, 처음 보는 인원들도 있었다. 군수학교의 시간은 군생활 통틀어서 가장 무난했던 시간이었다. 이미 장교가 된 신분이기에 후보 생때만큼 강한 규제와 통제는 없었으며, 엄격한 훈육장교님도 계시지 않고, 선배장교님들은 우리를 선후배 관계로써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다만 평일에는 늘 학교기관 내부에 있어야 했지만, 주말마다 외박이 허용되어 항시 본가를 오갈 수 있었기에 그 또한 크게 힘들지는 않았고, 휴대폰도 학과 수업만 마치면 매일 휴대할 수 있고, 외부 물건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기에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체력단련으로 인해 후보생 시절 매일같이 계속되던 달리기의 압박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초군반 교육의 가장 큰 난관을 꼽는다면 역시 공부일까. 교육은 일주일의 지휘실습을 제외하면 100% 실내 교육이었고, 초급장교 시절 해당 병과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모든 이론을 단기간에 학습해야 하므로 학업의 양은 방대했다. 또한 장기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임관 성적 및 초군반 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는 초임장교들이 많았다. 나의 경우 장기복무에 뜻이 없음을 일찍이 예감하고 학업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치를 낮게 잡았기에 학업에 큰 부담은 없었고, 17:00에 학업을 마치고 동기들과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 함께 MT를 떠나기도 하며 자대 배치 전의 여유를 누렸다.

자대 배치는 초군반 시절 받는데, 병기병과 소위에게 주어지는 보직은 한정적이다. 병기병과는 탄약과, 정비로 나뉘는데 초급장교는 탄약부대나 정비부대의 소대장이나, 탄약부대와 정비부대의 참모(행정직) 정도의 임무를 배정받는다. 이따금 정비창 같은 큰 부대의 참모 자리를 배정받기도 하지만 TO가 많지 않아 그것은 드문 경우였다. 나는 소대장이 되고 싶었다. 실내에서 계속적으로 컴퓨터 앞에서 서류와 씨름해야 하는 참모 업무보다는 소대원들과 함께 야전에서 생활하는 소대장 생활이 즐거울 것 같았다. 그 후 희망대로 경남 창원에 있는 9 탄약창의 탄약 소대장 보직을 받았다. 자대 배치를 받은 후 본격 임무 수행하기에 앞서 초군 반시 절 일주일간 자대로 지휘실습을 다녀오는데 학생 때 겪어본 교생실습으로 비유하면 적절할 것이다. 일주일간의 지휘실습은 군 생활의 순 기능을 많이 보고 돌아온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군의 순 기능만을 보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소대원들과의 만남도 좋았고, 함께 일할 간부들과의 만남도 좋았으며, 근무할 부대의 시설도 마음에 들었고, 창원에서 근무하던 여군들과의 만남도 좋았다.

하루빨리 실내에서 주구 창창 공부만 하는 초군반 교육을 끝내고 창원으로 가서 현장에서 업무를 하고 자유롭게 지내기를 기다릴 만큼 나는 야전의 현실을 모르던 초급장교였다.

keyword
이전 03화여군 장교가 되기까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