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의 어느 평범한 하루

평시 탄약부대의 일과

by 수진

아침 06:00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뜬다.

동절기(11월~2월)를 제외한 기간은 소대원들은 06:00에 기상하기에,

외부 숙소에 사는 나 역시 이동시간 및 준비 시간을 감안하면 그때 눈을 떠야 늦지 않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자고 일어나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야지 라는 각오보다 먼저 드는 마음은 '또 시작이구나...'라는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한 체념 섞인 걱정이다.


일단 세수를 하고, 선크림 및 파운데이션 립글로스 정도로 가볍게 기초화장을 하고

의무적으로 아침을 챙겨 먹는다.

메뉴는 주로 시리얼이나 편의점 샌드위치 혹은 마트에서 파는 즉석식품 등의 손이 가지 않는 간단한 구성이고

정 먹을 게 없으면 햇반에 김치라도 먹을지언정 굶지는 않는다.

탄약부대의 하루 일과는 제초작업, 탄약 운반 등의 현장에서 몸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아침을 챙겨 먹지 않으면 배가 너무 고파서 일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 먹으면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종이컵에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1분간 가열해

그 물에 인스턴트커피를 넣고 종이컵째 챙겨서 차에 오른다.

부대까지 이동시간은 20-30분.

자차를 마련했기에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며 이동한다.

부대에 도착하면 07:40분 정도. 행정반에 도착해 중대장님과 중대 간부 및 당직 근무자와 아침 상황회의를 하고 08:30 병력들을 소집해 그날의 일과를 배치한다.

09:00 임무 분담을 마치고 주둔지에서 탄약고로 이동하는 차에 오른다.

차량은 두돈반. 두돈반은 2.5톤 카고 트럭으로 뒤에 앉을 수 있어서 인원 이동 및 화물 이동시 쓰이고, 인원과 화물은 혼합적재를 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탄약고 현장사무실에 도착해 작업에 필요한 물품 등을 챙겨서 병력들을 각 담당 탄약고에 내려주고

중간 탄약고 지역을 이동하며 작업이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인근 부대에서 탄약을 수급하러 온 분들에게 탄약을 내주면 어느새 곧 11:00시가 넘어가고 병력들을 다시

탄약고 지역에서 지역 사무실로,

그리고 다시 주둔지로 이동시켜 12:00부터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약간의 휴식을 하고 13:00에 오후 일과 집합을 하고

오전처럼 다시 탄약고로 이동해 오후 작업을 시작한다.

오전과 동일한 일을 반복하다 보면 금방 16:00가 가까워오고

마찬가지로 철수 준비를 해서 다시 주둔지로 돌아오면 17:00.

소대의 분대장들을 모아서 상향식 일일 결산을 마친 후 17:30 중대 행정반에서 중대장님 지휘 하에 간부 회의를 시작한다.

그날의 작업 간의 특이사항 및 부대장님 지시사항 다음날의 일과 등을 나누고 18:00을 전후해서 회의를 마친다. 그리고 퇴근하게 되는 간부들은 퇴근하고 당직근무자 및 업무가 남은 간부들은 남아서 초과근무를 켜고

야근을 시작한다.

고백하건대 군 생활을 통틀어 칼퇴근했던 기억은 소대장 시절에는 손꼽을 정도로 적고,

대위로 근무하던 때도 전역을 앞둔 기간에만 칼퇴근했지 그 나머지 기간 동안은 대부분 야근이 일상이었다..ㅠㅠ

소대장 시절에 남아서 주로 해야 할 일들은 소대원 관리 및 교관 연구강의, 강의 준비 및 훈련 준비 등의 었다.

소대원 관리의 경우 틈틈이 소대원들을 상담하고 최소 1-2주에 한 번씩은 상담일지를 기록해야 했기에 25명 남짓한 소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상담하고 관찰하고 그것들을 기록하려면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주간에는 할당된 기본 탄약 업무가 있었기에 야간 당직근무 기간 혹은 야근을 하며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교관 연구강의 및 병기본 주특기 강의는 대부분 초급 간부 및 소대장들이 담당이었기에 수업을 앞둘 때면 부담이 많이 따랐다. 그밖에 부대에서 부대장님 통솔 하에 주어 지는 업무 예를 들어 누군가의 방문을 앞두고 있다거나 점검, 훈련 등을 앞두고 수행해야 하는 업무들이 있기에 그것을 해야 할 때가 있었고 그러한 정기적인, 비 정기적인 업무들을 교대로 하다 보면 야근이 일상이 되었다.

저녁은 주로 병 식당, 간부식당, PX 등을 주로 이용했고,

이따금 간부들과 밖에서 사 먹을 때도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돼서

딱히 능률적인 방안은 아니었고, 친목도모 차원에서 좋을 뿐이었다.

퇴근하려고 차에 오르면 밤 9시~10시..

집에 와서 씻고 자려고 누우면 어느새 12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몹시 피곤하지만 자고 싶지가 않다..

자고 일어나면 또 내일이 시작되고 고단한 하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시절 고단했던 하루를 회상해본다..

그 시절 나의 숙소에서 바라본 창밖풍경. 그 시절 나를 사로잡던 느낌은 절망일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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