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애(偏愛)하는 오이타(大分)
후쿠오카(福岡) 지역의 첫 여행지는 오이타(大分) 현의 벳부(別府)였다.
결혼 직후의 상황+마음이 맞는 멤버들+오랜만의 일본여행... (당시기준) 모든 좋은 것이 겹쳤던 그 여행에서 오이타의 모든 것이 좋았고 여행의 매 순간이 만족스러웠다. '여행'에 있어서 낙관적인 나는 다녀왔던 모든 여행지를 대체로 사랑하지만, 특히 오이타 여행은 좀 더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여행지가 되었다. 그 끌림이 지속적으로 오이타를 찾도록 한 건지, 애초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이타와의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시간은 흘렀고 뜻밖에 후쿠오카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추억을 따라 종종 오이타를 찾아갔다. 그곳은 여러 번 방문했다고 해서 호감이 옅어지거나 익숙해지는 지역은 아니었고, 늘 새로운 추억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다시 한번 갑작스럽게 오이타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숙박 장소는 유후인(湯布院)으로 정했다. 몇 차례 다녀온 오이타였지만 유후인에 묵는 것도,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오이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유후인을 막상 제대로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한 번은 찬찬히 보고 싶어 이번 방문을 계획했다. 생각 속에서 이름만 존재했던 유후인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도시였고, 발을 내딛는 순간 이미 좋아져 버렸다. 드문드문 내리던 비는 유후인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유후인은 여전히 자신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짙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 유후인에 머물며 알았다. 비로소 나에게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이곳을 오래도록 기억하리라는 것을. 이곳은 이제 나에게 특별한 곳이 되리라는 것을. 골목 곳곳을 살피며 유후인의 정취를 찬찬히 감상했고, 이 지역의 가장 유명한 요리인 토리텐(鳥てん, 닭튀김)도 맛보았다.
숙소는 여행이 아니면 좀처럼 묵을 기회가 없는 '다다미(たたみ)'방으로 선택했다. 푹신하고 바삭한 이부자리에 호감을 느꼈고, 오이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온천'도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예약 후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아름다운 유후인을 찬찬히 살피고, 아침저녁 온천을 즐기고, 푹 쉬고(오후 5시부터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밤에는 정말 할 게 없다^^;) 다음날은 벳부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벳부의 사파리. 온천의 도시 벳부는 의외로 사파리가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방문하기로 했다. 작은 산을 하나 통째로 사파리로 운영하는 벳부의 사파리는 과연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장소였다. 내부를 순환하는 전용 버스가 있지만, 원하면 자차로 취향껏 원하는 만큼 몇 번이고 둘러볼 수 있는 것도 큰 메리트였다.
사파리를 둘러본 후에는 '족욕'이 생각났다. 이내 벳부의 '지옥(地獄,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높은 온천을 지옥이라 부른 것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가마도 지옥(かまど地獄)에 가보기로 했다. 뜨겁게 치솟는 90도의 온천은 보는 자체로 아찔했고, 그곳에서 쪄낸 달걀도 맛있었다. (찜질방 달걀맛) 가마도 지옥을 둘러본 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며 쉬는 자체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벳부 공원을 둘러보고, 벳부 냉면을 먹은 뒤 집으로 향했다. 오이타에서의 1박 2일은 어김없이 만족스러웠고, 촘촘하게 만족스러운 추억으로 가득 찬 여행이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여행하고 깨달았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일도 의미가 깊지만, 좋아하는 장소를 여러 번 여행하는 것도 무척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여행은 한편으로는 장소와의 만남이기도 하고, 장소는 그곳을 찾는 이에게 언제나 새로운 것을 내어주므로. 그래서 같은 곳을 여행해도 매번 새로운 추억을 채울 수 있는 것 아닐까.
소중한 추억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함께 돌아온 티코스터와 더불어 안락한 나의 공간에서 차를 한잔 하며 생각했다. 여행의 진정한 완성은 바로 '안락한 일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