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초대하는 마음
누군가의 집을 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에서 자랐다. 사전 약속 없이 친구나 친척의 집을 오가며 늦게까지 놀고, 때로는 자고 오는 일은 어릴 때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성인이 되어 그 일을 돌아보니 집을 총괄 관리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품이 많이 들거나 신경 써야 하는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성향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주변 문화와 분위기에 따라 다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혹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던가. 다양한 이유로 그 일을 파헤쳐 본 이유는 명확하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나 자체가 '초대'에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성인이 되어 나의 공간을 갖게 된 후 '손님을 초대한다.'는 것은 나에게 긴장을 수반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초대'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아도, 어떠한 이유든 나의 공간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긴장을 수반하는 일이었다. 나를 내보이는 일 이므로. 사는 날이 늘어나고 자아가 뚜렷해질수록 그 일은 무게감이 더해갔다.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의 공간은 그 사람의 얼굴이고 내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 형상화된 장소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부담을 안고, 가끔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 그리고 초대하고 싶다. 실행에 옮기기도 하지만, 집 정리가 번거로워서, 이렇게 까지 나의 공간을(나를) 오픈해도 될까 싶은 마음에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제안하지 못하다 마음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지만.
개인적 해석이지만 어쩌면 '초대'라는 단어 자체가 애정이 개입된 단어인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 중 모두가 아닌 초대하고 싶은 특정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필시 애정이 담긴 사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음속으로 누군가와의 거리를 가늠하는 방안은 나의 공간에 들이는 상상을 해보는 일이 맞을지도 모른다. 1. 흔쾌히 지금 상황이 어떻든 부르고 싶은지 2. 부르고 싶지만 집 정리, 보이고 싶지 않은 물건 등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지, 그리고 1.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음에도 부르고 싶은지, 2. 신경 써야 할 것에 관한 번거로움이 부르고 싶은 마음보다 큰지.(초대받을 사람의 입장은 모른다. 어디까지나 초대하는 나의 입장에 비추어 생각해 보았다.)
이때의 결론은 생각보다 명쾌하다. 청소는 깨끗이 하되,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오버하지는 않는다. 설령 나의 공간으로 인해 내가 평가받는다면 그 사람은 단지 그뿐의 관계인 거고, 그렇게 까지 의식해야 하는 관계라면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니므로 초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보면 사실 마음과 직감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몹시 애정하는 것은 다른 이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으로 이루어진 누군가의 공간은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으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대를 받아 방문한 누군가의 공간에 있는 내내 기분이 좋다. 내게는 초대 자체가 선물이다.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듯, 초대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 궁금한 사람, 알고 싶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 나는 그가 머무는 그의 취향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궁금하다. 물론, 누군가의 공간을 방문함으로 인해 친밀도가 약해지거나 절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아하는 이를 초대하는 것은 참 심플한 일인데, 그럼에도 '초대'는 아직 내게 긴장을 동반한다. 설렘을 얹은 긴장일지언정.
그럼에도 어제 친구를 초대했다. 마음과 직감 이외에 초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는 '아이'이다. 아이가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분주한 일상에 고민하다 초대를 결정했다. 부담이 얹혀 다시 망설이게 될까 봐(초대에 완벽한 날은 오지 않으므로) 초대하고 싶은 친구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친구는 생각보다 훨씬 기뻐했고, 친구의 아이는 너무 기뻐서 나의 아이에게 줄 선물을 즉시 만들었다고 한다.
오후의 다과모임으로 시간을 정한 뒤 다과의 메뉴를 고민하고, 과일을 준비하고, 음료수를 사서 나르고, 집을 정리하고, 일상의 흔적이 지나치게 담긴 물건들은 안 보이는 곳에 두고 친구의 가족을 맞이했다. 긴장감은 사라지고 어느덧 기다리는 마음만 가득했다. 생각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 가족이 돌아간 뒤 남은 것은 초대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감정이었다. 함께하는 시간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건 나의 몫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는 특별히 초대한자가 나서지 않아도 분위기가 잘 조성되며 즐겁게 흐르기 마련이므로. 특히 아이들이 많을수록.
어느새 마음이 훌쩍 자란 아이는 손님들이 돌아간 후 알아서 모든 장난감들과 식기를 제자리로 옮기고 뒷정리에 임한다. 즐거운 시간으로 인해 한동안의 마음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 아이와 나를 보며 생각했다. 모든 것의 완성은 일상으로 잘 돌아가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