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진 Aug 27. 2024

나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한국 여행을 마치고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열흘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며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카페에 가고, 서점에 다녀오고,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시간을 보냈다. 귀한 날들이었고 그 풍요에 뭉클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만남들이 가져다준 풍요에 깊이 감사했다. 일일이 답할 수 없는 고마움들을 헤아리며, 내 삶에 찾아오는 귀한 만남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은 모르지만, 나의 마음이 흐르는 방향은 몹시 다이내믹하다. 이따금 착하지만 자주 나쁘고, 시시각각 감정은 널을 뛴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조금이라도 선(善)을 향해 흐르고자 노력하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만남'으로 인함 이리라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시간 마주했던 누군가의 진실한 눈빛과 배려, 크고 작은 선물에 담긴 진심, 만나지 못했더라도 느낄 수 있던 마음의 크기, 문자에서 느껴진 진실한 마음들. 그것들의 소중함을 안다. 값을 매길 수 없고,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덕분에 나의 마음은 (완전하지 않고, 드물지만) 선한 곳으로 흐르길 원한다. 

 가끔 생각한다. 내 삶은 무엇을 위해 흐르고 있는지. 다 살아보지 않아 모르지만, 끝내 전부 모르겠지만 이제 답할 수 있는 것 하나는 내 삶의 일부는 귀한 만남을 위해 흐른다는 사실이다. 혼자서는 가 닿을 수 없는 세계, 만남으로 인해 빚어지는 세계의 귀함을 안다. 그래서 내 삶의 일부는 만남을 위해 흐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점도 있고 좋지 않은 점도 있는 타국의 삶이지만, 좋은 점 하나는 문득 나의 삶이 얼마나 귀한지 상기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받는 과분한 사랑. 그것을 곱씹다 보니 돌아오기 전날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충만했고,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당연했던 한국의 일상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님을 실감하며, 언젠가 다시 시작될 한국의 삶을 생각하자 막연했다. 잠시 다녀감으로 행복하고 충만했던 한국의 삶이 다시 시작되면 그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확신 없는 미래의 막연함을 헤매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다음날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의외로 가벼웠다. 좋아하는 것(책과 커피)과 더불어 비행기를 기다리며 끝내 서로의 곁을 지킬 가족(남편, 아이)과 함께였기에 덜 착잡했는지도 모른다. '집'이라 부르고 있는 곳을 향하며 문득 깨달았다. 일본에도 애초에 나의 자리는 없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의 삶은 이곳에 옮겨 심어졌고, 가끔의 하루는 불안했을지언정 돌아보니 뿌리내리고 있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로운 사랑을 나누며 언젠가 돌아보면 '그리움'이라 이름할 수 있는 삶이 쌓여가고 있었다. 

 수없이 했던 다짐을 다시 한번 꺼내본다. 너무 앞서 걱정하지 말자고. 지금 주어진 이 삶에 충실하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자고. 마음을 지킨다면 어떻게든 길은 찾을 수 있으니, 지금은 지금 주어진 삶에 충실하자고. 

 그렇게 일상을 향한 동기부여를 마지막으로, 특별한 여행을 마친 일상에 잘 복귀할 수 있었다.     


여행의 흔적들...

평소에 전자책으로 연명하다가, 읽고 싶던 종이책을 갖고 온다.
한때 내 것이었던 일상은 특별한 것이 되었다.
맛있는 한국 커피 (칼로리 염려는 잠시...)
인천공항 출국장 서점에서 판매되던, 브런치 배대웅 작가님의 책 '최소한의 과학공부'. 신기하고 부러웠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곳에 오셔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에는 이제 덜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네요. 즐거운 오후 되시길 바라요. 

매거진의 이전글 가까운 사람을 입체적으로 알아가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