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즘 다들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넘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일상에 머물고 일상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마음 대부분은 다른 곳에 가있는 느낌...
나 역시 요즘처럼 어떠한 큰 생각과 상황에 사로잡혀 지내는 것은 처음이다. 지속적으로 뉴스를 살펴보고, 이곳의 현실을 감각하는 느낌은 떨어져 가는 느낌. 심난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상황 자체가 많이 굉장히 심각하고,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 글을 쓰는 마음까지 가세해서 지속적으로 이 상황에 메어 있다. 그리고 절감했다. 한국에서 벗어나 있어도 생각도 말도 한국어로 하는 한 마음은 붙들릴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또 이런 생각도 했다. 이 시기 내가 군인이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많은 마음의 파도와 불안한 외부 상황에 휩싸이며 지냈을지.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긴 시간 무언가를 부정해야 했을 것을 생각하니 또 심난해졌다.
고민 중 하나는 이 부분이다. 과연 어떤 글을 쓰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일까. 많은 상황과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들어와서 머물다 사라진다. 집회에 나서는 분들의 발걸음, 안철수 의원의 소신 있는 태도, 글을 통해 의견을 밝히는 작가들... 어느 것 하나 내면의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어떤 태도를 지니고 싶은 것일까.
연재를 이어가는 일도 집중이 안 되어 힘에 부치는데 어떤 작가님의 글을 읽고 너무 내 마음 같아서 크게 공감했다. 그분 역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드셨다고. 그럼에도 연재는 본인과의 약속이고 혹시 기다리고 있을 독자가 있을지 몰라 힘들게 연재를 이어오고 있으시다고. 휴재를 고민 중이신 부분까지. 진짜. 내면에서 비롯되는 그 갈등이 너무 내 마음 같다.
모르겠다.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 이다. 근데 글은 정말 정직한 장르임을 실감한다. 마음에 없는 것은 결코 쓸 수 없으며, 냉정하지만 진실할 수 없다면 글을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으며 어떠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 이어질 것 같다.
내가 지니고 싶은 태도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솔직한 의견 표명, 솔직함에 따른 반대 의견에도 가질 수 있는 소신. 그리고 용기.
평소 '이분 글 좋다'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이번 사태를 본인의 방법으로 부딪치는 모습들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태도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해 간다.. 어쩌면 그러한 태도로 부딪쳐 온 그의 삶이 그런 글을 쓰게끔 하는지도 모른다.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온 이가 쓴 글은 진실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는 게 그렇듯 삶을 글로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결론은 없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서 끄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