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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하여

필요한 것은 성실함과 융통성

by 수진

단계별 '발달 과업'처럼 내게는 일종의 단계별 '두려움 과업'이 있는 듯하다. 요컨대 아이를 가졌을 때는 출산의 공포와 출산 후 상태를 염려했다. 살이 찌고 겉모습이 확 변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염려에 시달리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부지런히 찾아봤다. 인터넷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막상 아이와 함께 하니 진정 염려해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사실 나는 나의 부족함으로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을 염려해야 했다.(지금도 이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게는 단계별 크고 작은 두려움의 과업은 이어졌고, 조금 오래전부터 꽤 강력한 것을 만나서 아직 사로잡혀 있는데 그것은 '나이 듦'이다. 나이 듦. 구체적으로 나이 듦의 영역 중 노화(老化). 나는 노화가 무섭다. 시간의 흐름이 무서워 잠이 안 올 때도 있었다.

노화의 공평함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그것을 피할 수 없음에 있을까. 모두 늙는다는 것은 동지가 있으니 조금은 덜 두려운 한편, 누구도 피할 수 없음이 명확하기에 새롭게 두렵기도 하다.

최근에는 '저속 노화'가 많이 대두되고 있어 나도 영상과 자료를 찾아봤다. 자료들을 찾아본 결과 '저속노화'는 건강의 정수(精髓)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론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정제된 탄수화물을 줄이고 건강한 탄수화물(잡곡 등)을 적당량 섭취할 것이며, 채소와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액상 과당은 피하며... 운동을 해서 근육을 단련하고 가급적 스트레스는 피하고, 취침의 질을 높이고...

저속노화 식단을 살펴보면 '다이어트' 식단이라 일컬어진 것들의 연장선상이었다. 설탕, 밀가루, 기름은 피하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하며 잠들기 네 시간 전까지 공복을 유지하고...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가 건강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식습관이나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었음이 비로소 와닿는다. 노화를 피할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뿐. 가급적 늦추는 수밖에. 외적인 노화는 최대한 최대한 늦게 오는 것이 좋을 것이므로.


외적인 노화 보다 먼저 지성과 인품의 영역이 앞서도록 쉼 없이 갈고닦아 멀리 보내놓고, 체력단련과 식단에 신경 쓰며 피부관리를 병행해 외적인 노화를 최대한 늦게 오도록 하는 것. 나이 듦에 대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 아닐까. 아! 하나 더 있겠다. 그럼에도 받아들일 것.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현재의 나를 받아들였듯. 나이 듦의 영역에 있는 미래의 나 또한 긍정하고 받아들일 것... 이렇게 글로 정리한다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던 이 개념을 글로 풀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알아보고 종합한 결론으로는 그게 전부인 듯하다. 아직 두렵지만.

덧. 저속노화 개념을 파고들고 있는데 남편이 케이크를 사 왔다. 순간. 설탕과 밀가루는 가속노화의 주범이라는 생각을 살짝 떠올렸고 그런 내가 별로였다. 그럼에도.. 가속 노화니 뭐니 해도 케이크를 보고 어떻게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을까. 이것은 필시 장기전일 테니 모든 것을 가속노화와 저속 노화라는 범주에서만 보지 말고, 필요시에는 내려놓는 유두리도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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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을 가속노화와 저속노화의 영역에서만 보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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