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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야게(お土産)를 사랑하는 나라에서

by 수진

오미야게(お土産) : 여행자가 목적지에서 친구, 가족, 동료에게 선물을 가져오는 일본의 전통.


"나 지난 주말 오사카에 다녀왔어." 동료의 손에는 독특한 쿠키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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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어떤 문화는 해석하지도 번역하지도 말고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 하나는 '오미야게'이다. 이름부터 이국적인 오미야게는 '기념품'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한 단어로는 오미야게의 세계를 담을 수 없다. 선택이 아닌 필수와 의무 그 어디쯤 존재하는 것. 넓은 지역만큼 그 종류 또한 무궁무진한 것. 그것이 헤아릴 수 없는 오미야게의 세계이다.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동료들을 통해 일본의 깊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들은 무척 치밀하고 똑똑하며 타인에게 깃털만큼의 부담도 전가하려고 들지 않으며, 결론적으로 그 모든 것을 친절함과 예의로 포장할 줄 아는 영민함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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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해석이지만 오미야게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너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상징적인 것. 그렇다고 또 인간미가 없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지닌 인간미의 형태를 표현하자면 깔끔하게 재단된 형태의 인간미라 할까.

덕분에 오미야게를 사랑하는 나라에 머무는 나의 마음도 오미야게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들의 예의바름과 친절함에 안심하면서도, 반듯하게 재단된 예의바름에 마음이 시릴 때도 있다. 나 역시 본래의 나를 접어 넣고, 긴장의 옷을 한 겹 덧입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재단하는 편이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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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날이 시원해 저녁에는 혼자 산책에 나섰다. 오미야게를 사랑하는 나라의 저녁 풍경은 아름다웠고, 얼마간은 쓸쓸했다. 그리고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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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치고 커피를 챙겨서 나의 세계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일순간 공기가 확 달라졌다. 방금까지 머물던 쓸쓸한 세계는 증발하고 활기 넘치는 세계로.

그래서일까. 오미야게를 사랑하는 나라에 머물며 나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이유. 이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가끔은 마음이 시리고 재단된 예의바름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이 공간이 나를 붙잡아 주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오미야게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오미야게가 지닌 여러 가지 의미 중 '선물' 같은 글. 다양한 종류의 오미야게만큼 다양하고 한계 없는 글. 나만의 오미야게 같은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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