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때 초기비용을 최대한 아끼고자 월세가 아닌 전세로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원룸에서 사업자를 냈습니다.
(1층 필로티 주차장, 2~8층 층당 3개 호실 원룸건물 2층에서 시작, 해 안들어옴 ㅠ)
당시 전셋값 7천만 원, 전 재산인 통장 예금을 거의 다 끌어 대출 없이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독립 전이라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몇 달 뒤 집 리모델링으로 인해 하는 수없이 한 달가량 원룸에서 주거 겸 업무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업무공간에서 잠을 자니 깨어나면 출근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출근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고요
(그전에는 9시까지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걱정 없이 밤늦게까지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늦게 자니 기상시간도 늦어져 10시~11시에 일어나고
오전에 자고 있을 때 거래처전화가 오면 허겁지겁 일어나 목을 가다듬고 전화통화한 기억이 납니다.
원룸 내 욕실이 협소하고 환기가 잘 안돼 습기가 가득 차다 보니 샤워나 머리 감기가 많이 불편했습니다.
어차피 거래처도 몇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어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잘 씻지 않게 되었고요.
나가지 않고 맨날 컴퓨터에만 앉아있으니 혈액순환이 되지 않고
밥은 배달음식, 특히 롯데리아에서 치킨+햄버거세트를 자주 시켰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잠깐 나가서 편의점 도시락 사 오기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거래처 통화 말고는 대화한 시간도 없고..
외부활동이 단절되며 식사, 운동, 업무 모든 면에서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외로움 속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기운이 없어지더라고요.
저의 선택으로 한 일이고 처음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즐거웠을지도 모르나
어느 순간에는 괴로움 속에서도 이를 벗어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한 달가량, 짧으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마 이때 우울증이란 것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요새 '고독사'에 대한 기사나 '히키코모리'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 시절의 제가 생각나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전문직으로 개업을 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런 시간을 아주 잠깐 겪은 것뿐이었지만
청년들이 가장 빛나야 하는 시절을 우울과 괴로움 속에서 보내고 있다면 안될 것 같습니다.
국가차원에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말이죠..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누굴 걱정하는 게 청승맞으니 이 정도에서 멈추고
모쪼록
업무는 업무공간에서
휴식은 휴식공간에서
공간을 확실히 구분을 해둬야 하는 것을
부끄러웠던 과거를 예시로 들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