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후 다시 이용하기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도서관이 방역패스 구역으로 지정됐다. 어제부터 나는 도서관 출입을 제한 당했으며, 도서관에서 채용하는 단기 계약직에 원서도 내볼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방역패스가 시작되자마자 개봉했다. 몇 안 되는 영화관에서 챙겨보는 영화인데(오열). 이건 미접종자들을 골리기 위한 정부의 음모가 분명하다.
내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어릴 때 결핵 예방접종 후 부작용으로 결핵과 결핵성 혹이 생겨서 현재 폐에는 비활성 폐결핵의 흔적이 미약하게 남아있고, 쇄골뼈 근처에는 결핵성 혹 제거 수술 후 흉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기가 안 좋은 곳에서 생활하면서 후두에 혹 같은 덩어리가 남들도 알아차릴 정도로 크게 자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상급병원 의뢰서를 받기 직전에 제주도에 다녀온 후 상태가 호전되어 상급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호흡량은 골초나 수술 직후 환자보다도 현저히 떨어져서 건강검진할 때마다 괴로움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호흡기가 좋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백수였기 때문이다. 주로 가는 곳은 도서관. 가서도 책 반납, 예약도서 및 희망도서 대출 후 바로 나오기 때문에 십 분 이상 머무는 경우가 없다. 처음 본가에 와서는 가끔 엄마와 장을 보러 가기도 했는데 온라인 장보기로 바꾼 이후로는 그나마도 하지 않는다. 사실상 산책이 아니면 외출이라고 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에 걸릴 확률보다 백신 부작용을 겪을 확률이 훨씬 높다.
백신 부작용을 겪게 되면 나는 기저질환자로 분류되지 않을까? 국가는 기저질환자의 부작용이나 사망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에 걸리면 중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기저질환자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방역패스가 시작되면서 미접종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기에는 이건 '권고'가 아니라 '배제' 또는 '소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숫자는 평균 3.9명이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70%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되어야 진정한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고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독일 인구의 60~70%가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과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교수가 코로나가 일 년 내에 인류의 40~70%를 감염시킬 거라고 경고한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는 말이다.
백신이란 사실상 균을 주입해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니 어쩌면 감염되는 것과 넓은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각국 정부에서는 백신 접종율에 혈안을 올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슬픈 건 백신의 효과가 기대만큼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스터샷이라고 불리던 3차 접종은 면역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그저 백신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게 되어 버렸다. 코로나 접종은 2차, 3차, 4차, 5차까지 쭉 늘어날 것이다.
국가의 방역 정책을 힐난하고 싶지는 않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더욱 폭력적인 제재나 사실상 장기감금에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이들도 많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방역정책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일주일의 유예기간만 주고 던져진 방역패스는 좀 섭섭하다. 도서관에 10분간 머물기 위해 며칠 뒤 나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당장 도서관에 갈 순 없다. 방역패스는 이제는 기본접종으로 불리는 2차 접종까지 마쳐야만 가능하며 그러고나면 2022년 2월이 될 것이다. 도서관 책 대여 및 반납은 당분간 방역패스를 갖춘 여동생에게 의지하기로 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OTT 서비스로 봐야겠지. 이런 영화는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데. 남동생의 빔 프로젝트를 이용할 방법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