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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Sep 05. 2022

태풍이 와도 교직원은 출근한다

  회사는 지난 금요일에 태풍 영향권에 든다는 이번 월, 화요일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나와 무관하지만) 이 기간 통학버스의 운행도 중단된다. 학생도, 교수도 오지 않는 학교에 직원들만 출근하게 됐다. 월요일 출근시간, 경남지역은 아직 무탈하다. 바람도 없고, 비도 없다. 그저 평범한 흐린 날이다. 퇴근할 때쯤에는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요즘 날씨란 게 예측하기가 너무 힘들다.




  태풍이 가장 맹렬하게 위세를 떨친다는 화요일. 엄마는 휴가를 내라고 말했다. 본인도 태풍이 심하면 출근하지 않으려고 작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직원 대부분은 휴가를 낼 수 없을 것이다. 1차 추경 예산 마감을 앞두고 해야 할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담당부서에 일정을 미룰 계획은 없는지 물어봤지만 어림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는 태풍을 뚫고 출근해야 한다.

 

  월요일 오후에는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와 관련하여 담당교수님들과 회의가 잡혀 있다. 화요일에는 새로 맡게 된 업무와 관련해 담당교수님, 기관담당자들과 함께 회의를 해야 한다. 공교롭게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날들이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 회의들이 예정대로 진행될까. 교수님들과 기관담당자들이 회사에 나올까?




  전전회사에서 태풍으로 인해 셧다운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학생도, 교수도, 직원도, 그 누구도 나오지 않는 말 그대로의 휴교였다. 그게 가능했던 건 이미 우리가 한 차례 큰 태풍을 겪었고, 모두가 물에 젖은 생쥐꼴로 출근해 꽤나 축축한 하루를 보냈었다는 배경이 있었다.


  태풍에 대비해 유리창에 신문지를 바르고, 엑스자 테이핑을 하는 등 다양한 노하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던 해였다. 언론에서는 또 한번 태풍이 일상을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우리는 몇몇 대학과 상황을 공유한 끝에 휴교를 결정했다.


  우리를 그토록 벌벌 떨게 만들었던 태풍은 놀랍게도 매우 잠잠하게 지나갔다. 우리의 호들갑이 무색할 정도로, 그저 평범한 비 오는 날처럼 하루가 흘렀다. 다음날 출근한 우리는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그때의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나는 휴교따위를 입에 올릴 수 없었다. 그저 태풍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랄 뿐. 휴대폰 하나로 비대면 수업이 가능한 시대에 직원의 재택근무는 쉽지 않은, 느림의 미학이 깃든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을 뿐이다.


  아침에 출근하니 내일 휴교령이 내려도 출근해야 한다는 팀원들의 수근거림이 들린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가야 된다는 둥, 내일이 제일 심할 테니 내일 잘 준비를 하고 와야 된다는 둥 호들갑을 떨고 있다. 신입 쩌리 직원들에게 태풍보다 무서운 건 선배 직원들의 다그침이다. 그냥 좀 업무일정 좀 늦춰주면 안 되냐고!!


- 천재지변에 의해 업무일정을 연기되었습니다.

- 업무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의 안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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