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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호 한의사 Jan 11. 2017

기침, 우리의 적은 아니다  

마른기침 원인


기침은 생각만큼 우리 몸에 나쁘지 않다. 기침을 한다 싶으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이 글의 제목처럼 기침은 처음부터 우리의 적이 아니다. 기침은 그저 우리 몸의 자연적인 반사기전이다. 기침이 발생하는 원리에 대해 궁금하다면, 본문에 주목하길 바란다.




기침의 원리

소화기관의 이물질은 위(胃)와 장(腸)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반면, 호흡기관은 입구와 출구가 같다. 때문에 호흡과정에서 코와 입을 통해 흡입되는 먼지, 세균 등은 다시 밖으로 배출될 수 없으며 기침을 통해서만 입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또한, 기관지는 충분한 점액으로 이루어진 촉촉한 점막과 운동성이 활발한 섬모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통해 호흡기관에 쌓이는 불순물, 바이러스, 균 등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한다.



점액 

침과 같은 형태로, 이물질과 세균을 마치 물청소하듯이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섬모 

점액이 이물질을 모은다면 섬모는 빗자루 역할을 한다. 중력을 거슬러 입 밖으로 이물질을 내보내기 위해 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어내는 것이다. 기침의 주요 원인인 천식, 후비루 증후군, 위식도 역류 질환 등은 모두 기관지의 염증으로 인해 섬모와 점액이 자극을 받는 경우이다. 실제 뱉어내야 할 가래가 많아지고 염증이 생기면 이러한 부분이 자극을 받고 기침 센서가 작동하는 셈이다.


Q. 이게 기침을 하는 이유의 전부인가?

물론 아니다. 상당수 환자는 이비인후과 및 내과 약을 몇 개월 째 복용하고, 각종 검사를 받아보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침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기침은 운명이 아니다. 기침은 염증이 심한 경우에도 생길 수 있지만 염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기도과민성 기침 또는 마른기침이라고 부른다.




마른기침이란?


마른기침은 말 그대로 기관지가 건조해져서 생기는 기침이다. 기관지가 건조해지면 점성이 높아진 점액이 털에 달라붙게 된다. 점액이 끈적해지면서 섬모에 달라붙게 되기 때문에 목에 무언가 달라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섬모가 점액 밖으로 노출되면 털이 움직이기 때문에 간질간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지에 이물감이 있을 때 인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억지로 목을 가다듬는 행위(헛기침), 또는 자연 반사적으로 나오는 기침이다. 이처럼 기침은 목을 청소하기 위한 인체의 반사적인 행동 결과이다. 원래 기침의 목적은 인체를 지금처럼 괴롭히려는 뜻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관지가 건조해지는 이유



건성 기관지를 타고난 경우

건성 기관지란 기관지의 점액 자체가 태생적으로 부족한 경우로, 피부에도 건성과 지성이 있듯이 점막도 건성과 지성이 있다. 대체로 피부가 건성인 사람이 점막도 건성이다. 건성 기관지를 타고난 사람은 체질적으로 마른 체형의 사람이 많고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또 소화력이 약하고 살이 잘 찌지 않는 타입이 많다. 


대체로 건성 기관지에 해당하는 사람은 과거력에 결핵 또는 결핵이 왔던 흔적이 있거나 어릴 때 기관지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우가 많다. 가족 중에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기흉, 기관지 확장증, 폐기종과 같은 가족력이 있기도 하다. 질병 자체가 유전되는 것이 아닌 건조한 점막이 유전된다. 후천적인 관리를 잘못해서 호흡기 병을 앓게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생활환경으로 인해

가장 큰 이유는 건조한 공기다. 사람은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공기를 지속적으로 흡입하고, 대기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마를 제외한 건조한 계절, 히터 및 에어컨을 사용함으로 인해 만들어진 건조한 실내공기에 의해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폐에는 촉촉한 공기가 가득 들어 있다.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보면 김이 서리는데 이것은 폐에 수분이 촉촉한 공기가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하게 되거나 음주 또는 비염으로 인해 입호흡을 하게 된다면 폐 내에 있는 촉촉한 공기가 증발되기 때문에 기관지가 건조해진다. 이 외 이뇨 성분의 음료가 원인이 된다.


상열

상열을 쉽게 표현하면 열 받는 것, 화(火)이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억울한 기분, 긴장과 초조함 등은 시간이 지속될수록 응어리지어 위로 올라오는 상열이 된다. 간혹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거나, 실제 얼굴이 붉고 또 잘 붉어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을 상열이라고 한다.


열이 올라오기 때문에 진액이 증발되어 고갈되면 이 또한 마찬가지로 건조한 점막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런 환자들 중에는 갑상선 질환, 자궁 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도에는 섬모와 분비선이 있고, 입에 침이 있듯이 기도에도 점액이 분비되어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 점액이 적당히 잘 분비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도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점액의 분비물들이 많아지고 혼탁해진다. 우리는 이것을 보통 '가래'라고 부른다. 이러한 가래와 섬모에 달라붙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 바로 '기침'이다.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기침이 없었다면 우리의 인후와 기도에는 이물질로 가득 차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기침을 '폐를 지키는 보안견(watch dog of the lung)'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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