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너스클럽 발분석 신발 추천 체험
첫 러닝화는 나이키의 검은색 입문 모델이었다. 러닝화는 쿠션만 적당히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달리러 밖에 나가니 온갖 러닝화의 전시장 같았다. 세상에는 달리는 사람의 수만큼의 러닝화 브랜드와 모델이 존재했다. 색상과 디자인도 화려했다. 러닝화는 튀어야 미덕이다.
내 러닝화에 만족이 안 됐다. 뛸수록 밑창 쿠션은 꺼져갔다. 정사이즈인데 오래 뛰면 발이 붓는지 발톱이 쓸렸다. 결국 왼쪽 엄지발톱이 빠졌다.
새 러닝화를 구매할 이유를 찾아야 했다.
첫째, 러닝화는 수명이 있다. 쿠션이 꺼질수록 발에 무리가 가고 부상 위험이 늘기 때문이다. 보통 주행거리 500km~700km가 교체주기다.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되면 바꾸는 것과 같다.
둘째, 발 상태, 달리는 지면, 용도 등에 따라 알맞은 러닝화를 선택해야 한다. 달리면서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내전이면 안정화, 외전이나 중립이면 쿠션화가 맞다. 대회 출전 등의 기록 향상이 필요하면 레이싱화를, 일반 도로가 아닌 산악을 달린다면 트레일화를 선택한다.
셋째, 신발도 하나만 계속 신으면 수명이 단축된다. 러닝화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으면 부상 방지와 신발 수명 연장에 도움 된다. 근육과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달라지고, 신발의 쿠션이 꺼지는 걸 늦춘다.
두 번째 러닝화를 구입할 충분한 이유였다. 이번엔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로 했다. 러닝화 전문샵인 '러너스 클럽'의 발분석 신발 추천 서비스를 예약했다. 인기가 많은지 가장 빠른 날짜가 넉 달 후였다. 측정비는 2만 원인데, 당일 러닝화를 구매하면 무료로 해준다. 뉴발란스, 호카 등 브랜드 매장에서도 발을 측정해 모델을 추천해 준다.
러너스클럽은 서울 양재천 인근에 위치했다. 발 길이를 재고, 발바닥 하중 분포를 통해 정적 자세를 분석하고, 러닝머신에서 뛰는 동영상을 촬영해 발목의 내외전 여부를 분석했다. 측정 결과 나는 발목 내전, 즉 발목이 안쪽으로 돌아가며 뛰는 타입이라고 했다. 지금의 쿠션화는 안 맞고 안정화를 추천했다. 평소에 245 신는데 260을 골라줬다. 이렇게 크게 신는 게 맞는지 싶었지만 전문가의 의견이니 따르기로 했다. 꺼내준 몇 켤레의 안정화는 대체로 못생겨서 잠시 실망했다. 아식스의 젤카야노 31 모델을 골랐다. 화려한 색상을 고르고 싶었지만 재고가 검은색밖에 없었다. 매장엔 없었지만 다른 브랜드의 안정화는 호카의 아라히 7, 온의 클라우드 러너 2, 뉴발란스의 v860 등이 있다.
카본화는 어떤가. 나 같은 초보 거북 러너들에게 지나치게 고기능의 신발은 소용없다. 적당히 쿠션 있고 발목을 잘 잡아주면 충분하다. 레이싱화는 속도 향상을 위해 경량화, 반발력에만 치중한 신발이다. 프리미엄 폼이나 카본 플레이트를 적용해 내구성은 포기했다. 레이싱카와 같다. 부상 방지가 안되므로 반발력을 버틸 수 있는 근력이 전제조건이다. 초보자는 소용없는 이유다.
세 번째의 러닝화를 구입한다면 어떻게 할까. 첫 번째는 아무것도 모르고 골랐다. 두 번째는 남의 말만 전적으로 따랐다. 자기에게 맞는 러닝화는 따로 있다. 인생의 다른 경험이 다 그렇듯 시행착오를 통해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