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종로 멍멍이런(댕댕이런) 코스(8km)

달리면서 GPS로 멍멍이 그리기

by 수메르인

이젠 달리기에 없던 재미까지 찾기 시작했다. 스마트기기의 GPS 기록 기능을 이용해 특정 모양의 코스를 달리는 거다. 광화문 멍멍이런(댕댕이런), 여의도 고구마런, 어린이대공원 붕어빵런, 세종시 거북이런, 광교호수 고래런 등이다. 가장 대표적인 멍멍이런을 달려보기로 했다.


0. 준비하기


멍멍이런의 공인된 코스는 없다. 경복궁을 머리로, 종로 지역을 몸통으로 하면 대략 강아지 모양이 나온다. 머리 왼쪽 아래에 북촌이 둥그렇게 튀어나와 코와 입 부분이 된다. 오른쪽 위쪽에 삼청동이 귀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뒷머리로 북촌이 붙어있다. 몸통은 종로구간이고 그 경계가 각각 종묘, 청계천, 세종대로다. 창경궁 옆 터널 쪽으로 돌아가면 뾰족한 꼬리가 된다. 세부적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코스가 존재한다.


멍멍이런을 하기 위해선 (1) 지도상 주요 랜드마크를 외워서(혹은 기록해서 보면서) 가던지 (2) 스마트폰 지도앱의 자전거 길안내 기능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안내를 받으면 된다. 후자는 멍멍이런 지도를 업로드하거나 주요 랜드마크를 지도앱에 일일이 입력하면 가능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첫 번째 방법. 유튜브에서 멍멍이런을 찍은 동영상을 보고 길을 외웠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므로 어디에서 출발해도 좋다. 3호선 경복궁역, 안국역, 5호선 광화문역, 1호선 종각역, 종로3가역 등 지하철역에서 시작하는 게 수월하다. 나는 경사로를 먼저 해치우고 마지막에 세종대로를 달리고 싶어서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시계방향의 코스를 선택했다.


1. 멍멍이 머리 (서촌 - 경복궁 서쪽 돌담길 - 청와대 앞길 - 삼청동-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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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런 코스는 도심의 주요 관광지를 통과하므로 사람이 많은 시간대는 피해야 한다. 주로 아침 일찍 혹은 저녁 늦게 달리는 편이다. 나는 휴일 아침 7시에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간간히 달리는 러너들을 제외하면 거리는 한산했다. 광화문 앞까지 이동해서 애플워치 나이키 앱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경복궁역에서 걸어오면서 알았지만 몇십 미터 뛰지도 않았는데 횡단보도가 나를 멈췄다. 이 코스는 횡단보도가 꽤 많다. 달리기 좋은 코스는 아니다. 쉬지 않고 뛰는 게 더 쉽다. 자동차의 시동을 껐다가 켜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에어컨도 껐다 켰다 하지 않고 계속 두는 게 에너지 효율이 높다. 러닝도 마찬가지다.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3호선 경복궁역 3-1번 출구를 끼고 오른쪽으로 돈다. 서촌을 통과하며 멍멍이의 입과 코 부분을 만든다. 수백 미터쯤 달리면 첫 번째 랜드마크인 '활짝핀 메밀'이라는 가게가 나온다. 가게를 끼고 우회전한다. 몇십 미터 가서 첫 번째 오른쪽 골목으로 빠진다. 코에 해당하는 동그라미를 만들기 위해서다. '크레아 주차장'이라는 팻말 앞으로 우회전하면 아까 달렸던 서촌길이 보인다. 우체국을 끼고 우회전해서 달리면 '활짝핀 메밀'이 다시 나온다. 동그라미가 완성됐다. 다시 우회전해서 경복궁 돌담길이 나올 때까지 쭉 달리면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꺾어 돌담길을 오른쪽에 두고 달린다. 멍멍이의 눈에 해당한다. 달리다 보면 경복궁과 청와대 사잇길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계속 달린다. 오르막이라 힘든 구간이다. 멍멍이의 머리 위쪽을 그리는 중이다. 청와대 앞길 끝까지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건널목을 건너 '갤러리도스'를 끼고 오른쪽으로 꺾어 달린다. 갤러리가 곳곳에 포진한 고즈넉한 길이다. 삼청동 삼거리에 다다르면 건널목을 건너 오른쪽으로 향한다.


삼청동 거리를 내려오다가 '씨유 편의점' 앞에서 왼쪽으로 돌면 북촌이다. 오르막의 좁은 골목길이다. 낮에는 관광객으로 붐빌 것이나, 이른 아침은 가게도 모두 닫혀있고 인적이 없어 고요하다. 직진하면 왼쪽은 뉴발란스, 오른쪽은 아디다스 매장이 있는 삼거리에 도달한다. 뉴발란스 매장은 러닝화와 용품을 대여해 줘서 러너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역시나 좁은 골목길을 지나 덕성여중고 사이 육교를 거쳐 큰길을 만난다. 오른편엔 송현광장, 왼편에 공예박물관이 보인다.



2. 멍멍이 등과 꼬리 (안국역 - 창덕궁 - 서순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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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박물관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멍멍이 등이다. 항상 웨이팅이 긴 소금빵집 아티스트 베이커리를 지나 안국역에서 건널목이 한번 나온다. 창덕궁 입구까지 쭉 달리면 4킬로미터 경과다. 절반쯤 왔다.


꼬리를 그리기 위해 창경궁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건너 왼편 터널 끝까지 달린다. 꼬리를 그리는 방법은 대체로 세 가지다. (1) 창경궁 옆길로 올라갔다 내려오면 바짝 일자로 솟은 꼬리가 된다. (2) 창경궁 옆 터널 쪽으로 돌아 서순라길로 내려가면 옆으로 짧게 생긴 꼬리가 된다. (3) 아예 터널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오른쪽으로 길게 빠진 꼬리가 된다. 나는 2번을 선택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뒷다리의 경우도 서순라길까지 안 가고 횡단보도 건너 바로 연결된 돈화문로로 내려갈 수도 있다. 뒤태가 밋밋한 거 같아 서순라길을 택했다. 서순라길은 종묘 앞 사잇길이다. 타코가게 등 핫플레이스가 많다. 낮의 번잡함은 흔적도 없다. 쭉 달리면 종로로 진입한다.


3. 멍멍이 다리와 배 (종로 - 청계천 - 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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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라길 끝에 건널목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의 종로3가역 쪽으로 조금 달린다. 왼쪽으로 길을 건너면 '금거래소'라는 간판이 보인다. 멍멍이의 뒷다리 뒤쪽을 그리고 있다. 계속 직진하면 청계천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돌아 청계천을 끼고 달리다 오른편에 '파고다학원'이 나올 때까지가 뒷다리 바닥이다. 파고다학원을 끼고 오른쪽으로 꺾어 달리면 뒷다리의 앞쪽이 완성된다. 큰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건널목을 건넌다. '다이소'가 보인다. 계속 달리다 종각역까지가 멍멍이의 배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편으로 뛰어 앞다리의 뒤쪽을 만들어보자. (1) 뒷다리와 마찬가지로 청계천까지만 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앞다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청계천은 서쪽으로 갈수록 약간 북쪽을 향하기 때문이다. (2) 다리 길이를 맞추기 위해선 청계천을 지나쳐 'IM금융센터'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된다. 무교동 음식문화의 거리다. 주위를 잘 보고 좁은 골목을 직진해야 한다. 오른편의 '서울파이낸스빌딩'까지 지나면 앞다리 바닥 완성이다. 이제 세종대로다. 오른쪽으로 돌아 광화문까지 직진하면 앞다리 앞쪽이고 코스의 마지막이다.


세종대로는 광화문광장, 경복궁, 북악산까지 시야가 탁 트여있어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제격이다. 광화문에 도착해 스마트워치의 나이키앱을 종료한다. GPS가 기록한 궤적을 보여준다. 선명한 멍멍이 모양이다. 이 순간을 위해 한 시간 넘게 달렸다는 느낌이다. GPS 기록은 납작하다. 횡단보도에서 멈췄던 순간,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인 시간은 담겨있지 않다. 몇십만 광년 거리에서 온 별빛이 그저 반짝이듯이.


좁은 골목길과 경사구간이 많고 건널목 때문에 자주 멈춰야 해서 달리기 쾌적한 코스는 아니다. 그럼에도 멍멍이 그림을 건진 걸로 도전할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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