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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메르인 Oct 22. 2023

저출산문제의 해법을 아이돌 음반 판매에서 찾다

10월에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투바투')의 새 앨범이 나온다.


"앨범 세 장 사주세요."

"똑같은 걸 세 장이나 산다고?

"똑같지 않아요."


직접 검증하기로 했다. 투바투의 앨범을 파는 위버스샵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정식 발매를 앞두고 예약판매 중이었다. 



많은 종류에 당황하지 말자. 팬미팅 응모를 제거하면, 결국 3가지 종류의 앨범을 각각 세트로 다 사느냐, 그중 하나만 랜덤으로 사냐로 구분된다. 


1. 기본 3종 버전

2. 간소한 5종 버전(기본 버전 대비 사진이 적고 멤버별 버전이 있다)

3. 더 간소한 위버스 2종 버전(위 둘 버전 대비 씨디와 사진집이 없다)


씨디가 없는 앨범이라니. QR 코드를 인식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가. 기본 3종 세트에서 1개 앨범의 구성을 보자.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양해를 바란다. 복잡해서 말로 풀어쓰는 것도 힘들다.)


1. 시디 1개 (너무 당연하다)

2. 사진집(3종 당 하나씩)

3. 가사 포스터(1종)

4. 스티커 모음(1종)

5. 포스터(단체 사진, 3종 당 각 하나씩)

6. 미니포스터(개인 사진, 버전 당 멤버별 5종 중 1개를 랜덤으로 준다. 풀세트 기준 총 15개)

7. 엽서(개인 사진, 버전 당 멤버별 5종 중 1개를 랜덤으로 준다. 풀세트 기준 총 15개)

8. 포토카드(개인 사진, 버전별로 멤버당 2장씩. 즉, 앨범 한 개를 사면 10장 중 2장을 랜덤으로 준다. 풀세트 기준 총 30개)



이쯤 되면 사진집을 사면 음반을 끼워주는 셈이다. 3개가 다른 앨범이라는 의미를 이제야 이해했다. 


여기서 무서운 지점은 포토카드 등 개인 사진인데, 고를 수 없고 무작위로 나온다. 즉, 원하는 멤버가 있을 경우 1/5 확률의 뽑기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앨범을 개봉해 보니 멤버별 확률이 다른 거 같은 의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중 아이는 현장 팬미팅이 응모 가능한 3종 세트를 원했다. 예약구매 한 사람 중 30명을 뽑는단다. 


"이 앨범이 못해도 150만 장은 팔릴 것 같은데, 5만 대 1의 확률이네. 그냥 음반샵에 가서 바로 사면 어때?"

"그래도 기대를 하고 싶어요."


하긴, 1등 확률이 7백만 분의 1인 로또도 사는데 이 정도야.


주객전도라는 측면에서 식완과 비슷하다. 식완은 식품완구의 줄임말로, 원래는 과자가 원품이고 장난감이 사은품인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상품이다. 갈수록 배보다 배꼽이 커져서 오늘날엔 장난감을 주력으로 하고 과자를 덤으로 준다. 식품'으로서 소매점에 유통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씨디가 끼어있는 사진집'도 그에 상응하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


요새야 대부분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다지만, 여전히 음반 판매량은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는 수익의 원천이자 인기의 척도이다. 일반인을 팬으로 만들어서 음반 1장을 더 파는 것보다, 기왕의 팬에게 음반 몇 장 더 사라고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결국 한 명이 음반 여러 장을 사게끔 유도하는 온갖 기법이 난무한다.


올해만 해도 스트레이키즈라는 그룹이 발매하고 1주일 동안('초동'이라고 한다) 461만 장, 세븐틴이라는 그룹은 455만 장을 팔았다는데, 현실감이 없는 수치다. 


분명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 상술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팬들에게 과다한 지출을 유도하고, 대량으로 구입한 음반이 (포토카드를 제외한 뒤) 쓰레기로 버려지는 등 환경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다만, '음반 판매 최대화'라는 목표에 대해 자본주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했는가 하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시사점은 있다. 


이를테면 저출산문제가 있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만 고민해 본다면 어떨까.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출산을 유도하려면, 만남-결혼-가족계획 등 지리멸렬한 다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 단계라도 실패하면 출산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럴 바엔 한 자녀 가정이 자녀를 추가로 가지는 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인다. 최근 강화되는 정부의 다자녀 우대 정책이 여기에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원하는 대로 3종 세트를 주문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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