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더조이씨, 노래 잘 들었어요
"카더가든 콘서트 하면 나무 하고 명동콜링이나 좀 들으려고 온 분들 많죠?"
카더가든의 콘서트의 첫 멘트였다. 미안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저예요.
카더가든 콘서트를 예매한 건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다른 공연을 보고 싶어서 티켓예매사이트에 들어갔지만 매진이었다. 카더가든 콘서트는 자리가 좀 남아있었다.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으로 알게 된 가수였다. 음색이 쫄깃하고 노래는 요새 보기 드물게 서정적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니 입담도 있던데. 귀도 호강하고 멘트도 재미있으면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니네,라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표를 구할 수 있는 게 중요했다. 아무리 괜찮은 콘서트라도 내가 못 가면 무슨 소용인가. 자리도 좋았다. 두 번째 블록 다섯 번째 줄이니 꽤 앞자리였다. 작년에 관람한 선우정아 콘서트는 노래는 흠잡을 데 없었지만 진행이 어색했다. 가수가 말까지 잘할 필요는 없지만, 최상급 재료를 쓰는 식당인데 거의 조리가 안된 느낌? 최소한 카더가든은 요리를 잘 하리란 기대가 있었다.
콘서트 장소인 올림픽홀은 서울 지하철 5,9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나와 공원 안으로 한참 들어가야 한다. 3번 출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광장 오른편으로 흘러갔다. 공연장을 향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고 지나치게 들떠 보였다. 이윽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다른 방향을 향했다. 15000석 규모의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NCT라는 가수의 공연이 동시에 열리는 모양이었다. 올림픽홀은 그것의 1/4도 안 되는 규모다.
공연장 밖에선 네 컷 사진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무대장치는 소박했다. 화려한 레이저 장치 같은 건 없었지만 온전히 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윽고 카더가든이 등장했다. 선천적으로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비음이 매력적이었다. 외모는 화면과 똑같았다. 보통 연예인 실물을 보면 후광이 비추는데 그냥 똑같았다.
초반엔 목이 덜 풀렸는지 노래가 오묘하게 반음씩 낮았다. 얼추 스무 곡이 넘는 노래를 연달아 불렀다. 이중 내가 아는 곡은 나무, 아무렇지 않은 사람, Home Sweet Home, 명동콜링 등에 불과했다. 역시 콘서트는 노래를 알고 가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노래 사이의 멘트는 노련하게 괜객들을 웃겼다. 중간에 객석 중간에 설치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는 코너도 있었다. 나름 세심하게 신경을 쓴 테가 났다. "드디어 저의 팬분들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며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카더가든은 본명인 차정원을 영어로 직역("Car, the garden") 한 것이다. 입에 딱 안 붙는 예명 때문에 킨더조이, 가터벨트 등 온갖 네 글자 별명이 많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가만히 노래만 불러서는 밥벌이가 안될 테다.
가수도 자영업자다. 찾는 이가 있어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다행히 카더가든은 그가 '팬분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느는 것 같다. '19년 1천 석 규모의 예스 24 라이브홀, 22년에는 2천 석의 롯데콘서트홀에 이어 '23년에 드디어 3500석의 올림픽홀에 입성했다. 느리지만 꾸준한 가수의 성장 서사로 부를 만하다.
모든 가수가 KSPO DOME에서 공연을 할 수는 없을 거다. 그 수가 얼마가 되든 그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카더가든은 계속 노래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