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숲과 연두빛 들판
연두빛 봄이 지나간 뒤에도
지하철 입구에 쪼그려 앉은 할머니의 좌판 위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아직도 봄향기 그득한 달래와 냉이와 쑥이 담겨있다
그리고 한껏 숨이 오른 두릅 무더기를
주린 손으로 탁탁 털어
모자란 바구니 대신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그릇처럼 고이 모양을 잡아 좌판 아래로 사푼히 내려놓았다
이걸 다 사가냐며
죄스럽게 고맙다는 할머님의 인사까지
까만 비닐봉다리에 담기니
3월과 4월이 5월에 만나
오늘 밤 주방 한구석 채반에 담겨
내일은 된장국과 버무리와 데친나물로
고이 갈무리되어 또 만나겠네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하루를 견디는 것과
다가올 여름 무더위에 짜증을 체념하는 것과
아득히도 진절머리나는 겨울 찬바람을 묵묵히 지나보냄은
다음해 다시 연두빛으로 푸르를 이 계절을 맛보고 싶어서인가보다
"너라는 의미 너라는 위로 / 김인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