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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밤

이사를 했습니다

by 숨결
이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K.

나는 얼마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춘천에서 잠시간의 생활을 마치고 한동안 어떤 곳으로 가야하나 많은 고민을 하다 결국 이사를 했습니다.

아직 어디서 일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해지고서야 이사를 할까도 했지만 춘천에서의 생활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떠나고픈 마음도 있거니와 당신도 없는 먼 타지에서 나의 고립됨이 심각해져가고 있구나 느껴졌기때문입니다.


벗어난 덕분일까요.

절이고 절여진 매일같은 술에서 벗어났습니다. 아주 안먹게 된건 아니지만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의 시간에서는 확실히 탈피한것 같습니다.


동네를 한바퀴 종종걸음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자그마한 산아래 동네지만 이불 빨래를 할 수 있는 빨래방이 있고, 편의점도 군데군데 있고 동네 마트도 있습니다. 식당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지만 분식집이 하나 있고 깔끔한 카페도 두어군데 보입니다. 작지만 깔끔한 공원이 있는데 그토록 원했던 농구장이 있는 공원이라 설레이기도 합니다. 뒤편 산으로 산책길도 있다는데 아직 날이 추워 산길 산책은 조금 뒤로 미뤄둘 생각입니다. 작은 동네라고는 했지만 실은 십분 정도만 내려가면 대학가가 있어 먹을 곳도 많고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곳도 있고 은행도 있습니다. 대학 안으로도 한번 가보려고 하는데 여기도 날 좋은날 한번 둘러봐야겠습니다.


집 안도 좀 꾸며야 하는데 요즘엔 이사도 하고 직장도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돈을 많이 써서 언제 해야하나 갈팡질팡해 하고 있습니다. 예쁘게 꾸며서 손님도 초대하고 싶은데 어차피 올 수 있는 사람도 얼마 없으니 천천히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마음때문인지 게으름이 생겨 정리와 청소도 미뤄버린건 반성해야겠습니다.


K. 나는 언제까지 떠돌게 될까요.

예전부터 항상 궁금해 했지만 나에게 정착의 안식과 마음이 안식이란게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당신을 통해 이뤄내보려 했지만 결국은 이처럼 나는 또다시 헤매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나에겐 한 가지 희망따위는 존재합니다. 이처럼 떠돌고 떠돌다 보면 언젠가 한번은 당신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말입니다. 그리고 마주치더라도 찾아가 인사를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저 먼 발치에서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잠시라도 볼 수 있음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 욕심을 내가 막아내지 못할까 걱정되니까요.


밤 공기가 차갑습니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우산을 꼭 챙기고 비에 젖어도 괜찮을만한 신발을 잘 챙겨나가세요.

감기도 조심하시구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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