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합니다
공부를 합니다
잠시 눈이 내렸던 하루입니다 K.
그거 아시나요?
나는 편지를 쓸 때마다 첫 인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매번 고민을 한답니다.
항상 '안녕하세요' 라고 쓰는게 영 탐탁치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꾸며쓴 말로 첫마디를 장식하기에는 부담스럽기에 간결하고 정감가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맘에 드는 문장을 찾지는 못해 아쉽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건 역시 당신의 이름을 고작 하찮은 알파벳 하나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얼마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기로 마음 먹은지는 좀 됐는데 시작한지는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매장에서 일하던 친구가 자격증 공부를 한다기에 무얼 하나 보았더니 예전에 저도 준비를 해보았다가 다른 길을 찾게 되면서 그만두었던 자격증이었습니다. 둘다 건축분야를 전공하고, 전공했던지라 분야가 같다보니 평소에도 진로상담을 종종 하곤 했었는데 어쩌다 같은 시험을 같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강의도 함께 듣기로 하고 같은 날에 시험을 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이제 대학원 연구실을 들어가고 나라는 사람은 또 언제 무슨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즉흥적인 계획이 성사될지는 미지수 입니다.
공부를 해야지 마음을 먹은건 두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후회와 기대.
내가 의도적으로 당신을 꽤나 귀찮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이 바로 공부를 하도록 하는것이었죠. 그토록 놀기 좋아하는 당신인데 말이에요. 예상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내가 당신을 공부하도록 했던건 내가 없더라도 당신이 이 세상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했던 이유였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공부를 하거나 그럴싸한 자격증하나 만들어두지 못한게 너무 부끄럽고 후회가 됩니다. 많은 지난 일들을 후회하다보니 이렇게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대. 기대를 하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심 언젠가 당신을 만났을 때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만날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란게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던대 나도 어쩔 수 없는 그냥그런 사람인가봅니다.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만남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부끄러워 숨어버리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하려고, 글을 쓰려고 가지고 싶었던 디자인의 책상도 샀습니다. 책상위에 책과 노트, 필기구를 두고 조명까지 올려두니 꽤나 그럴싸합니다. 흡족하게 맘에 듭니다. 나는 이 책상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써내려갈것입니다. 당신에게 편지도 쓰고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고 나를 위한 공부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훗날 이 책상위에서 당신을 그리워하는 역사를 써내려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소중한 하나로 만들겠습니다. 그리움의 역사가 묻은 소중한 책상이란 이름으로.
나와의 시간이 소중했다면 당신을 괴롭혔던 공부를 시키려했던 나의 마음만큼은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당신을 지킬 지나가버린 나의 마음으로 남겨주세요
글이 길어지면 잔소리만 더 많아질듯하여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따뜻하고 포근한 저녁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