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구웠습니다
빵을 구웠습니다
오늘의 시작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몸은 무겁고 머리 속은 탁했습니다. 마치 정오쯤에는 폭풍우가 몰아칠 듯한 어느날의 아침날씨 같았습니다. 간밤에 꿈을 꾼듯한데 기억은 나지않고 그저 기분만 찝찝했습니다.
미뤄두고 헤집어둔 일이 너무 많아서일까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아니라 차일피일 미루었던 일들을 정리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귀찮아 미루던 거실 바닥을 닦았습니다. 두 번째로 겨울이 다 지나는 마당이지만 먼저 겨울 코트를 하나 사기로 했습니다. 차를 타고 20분여 거리에 있는 의류창고매장에서 큰 고민없이 적당히 맘에 드는 밝은 회색빛으로 가져왔습니다. 옷걸이도, 옷을 담을 봉투도 필요없다 정중히 거절하고 한벌을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장으로 가서 빵을 만들었습니다.
파운드케이크.
재료를 1파운드씩 섞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만큼 쉽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빵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태생이 그렇다고해서 그대로 놔두지를 않습니다. 무엇하나라도 더 섞고 더 나은 맛을 위해 비율을 조절합니다. 나 역시 다르지가 않아서 단호박이 들어간 파운드케이크 하나를 만들겠다 하면서 근 세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한시간이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재료를 준비하고 반죽을 만들고 오븐에 넣고 꺼내 식혀 포장을 하니 시간이 참 오래도 걸립니다. 거기다 중간중간 나온 설거지거리들을 하나씩 정리하다보니 더욱 그랬습니다.
이렇다 저렇다 힘들었다고 투정부리고 싶지만 오븐에 들어가 구워지는 빵 내음이 너무 달콤했고 구워져 나온 빵의 빛깔은 참으로 영롱해서 내 맘도 달달하게 달아오른지라 그저 미소를 지음으로 마무리를 하렵니다.
더군다나 한쪽을 뜯어내 맛본 폭신함까지도 기대를 넘어서 기분이 한껏 들떠올라있습니다.
내일은 오늘 만든 이 빵을 누구에게 전해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주고싶은 이가 있지만 전해줄 수가 없어 그래도 전함으로 인해 내가 만족스러울 수 있는 이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남은 빵들과 앞으로 만들 빵들을 건내줄 사람들이 많이 기억나고 떠올랐으면 합니다.
내일은 혼자서라도 산책을 나가보십시오.
그대에게도 빵을 건내줄 이를 만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