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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밤

닮은 사람

by 숨결
닮은 사람



오랜만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봅니다.

사람과 추위를 피해 차를 타고 다닌지가 한참이다보니 조금의 불편함이 싫어 괜한 몽니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답답하게 막히는 도로가 지루해지고 운전대에 붙잡힌 양손이 불쌍해지니 변덕이 끓어 다시 정류장을 찾았습니다.


정류장에 서 있으니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지하철 정거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바삐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나는 사람들을 살피는게 재밌습니다. 보통 혼자서 지하철을 탈때는 책을 읽거나 공상에 빠지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의 생김새, 옷차림, 표정을 살피곤 합니다. 헌데 요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는것이 아니라 당신을 닮은 사람을 찾게됩니다.


키가 작고 동글동글한 여자에게 시선이 오래토록 머뭅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뺴곰히 내민 눈을 바라봅니다. 당신일리가 없으니 그 사람 얼굴 위로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 겹쳐봅니다. 다가가 '안녕'인사를 건내고 내 품에 꼭 맞는 당신을 안아주는 상상을 해봅니다. 나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던 당신과 장난스레 당신을 들어올리던 그때를 떠올려봅니다.


시간 틈틈히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5화를 볼 때쯤 부터 여주인공이 당신을 많이 닮았단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쌍커풀이 없는 눈. 조금은 짙은 눈썹과 높지 않고 동글동글 귀여운 코. 작지만 웃을때 올라가는 입꼬리가 당신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눈 웃음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예쁘고 매력적인 배우이기에 어딘가에서 당신과 닮았단 이야기를 한다면 눈에 콩깍지가 씌였냐며 욕을 먹을법도 할테고 무엇보다 K 당신이 쑥쓰러움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나를 타박하겠지요. 여하튼 그렇게 한번 생각하고 나니 드라마가 애틋해졌습니다. 여주인공이 웃고 웃을 때, 힘들고 아파할 때,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모든 모습에서 당신이 겹쳐보이니 한편 한편을 보는 내내 요즘의 심술궂게 변덕을 피우는 날씨마냥 가슴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합니다.


티비를 잘 보지 않는 당신이라 아마도 제가 보고 있는 드라마를 당신은 보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나 또한 원래 드라마를 챙겨보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그래도 혹시'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애틋한 사랑이지만 엇갈리고 고난이 많은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한 스토리가 참으로 절절합니다. 영상이 아름답고 배우들도 빠지는 이가 하나도 없어 당신도 보게된다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나는 또 버스를 타러갑니다. 가는 길 나와 같은 행선지로 나란히 떠나는 사람들 중 당신을 닮은 여인이 있을지 살펴보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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