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서야, 혼이 나고 나서야
아프고 나서야, 혼이 나고 나서야
착잡합니다
비 내리는 구름낀 하늘이지만 저는 감히 오늘의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많이 혼이 나겠지요. K 당신에게 말입니다.
아무런 말이 없을지도 모르고 너무나 많은 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아주 짧막한 단답의 비수같은 꾸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나빴습니다. 그리고 비겁했습니다. 그러니까 미안합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나에게 묻지 않아도 저 스스로 무얼 잘못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름없이 당신에게 보냈던 꽃과 얼마전 보냈던 작은 선물은 역시나 저였습니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제 이름이면 당신은 받지 않을거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 그랬었을 뿐임을 참작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 이름이면 제가 그 어떤 기대를 가지고 당신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오해를 살것이 뻔하기에 그랬습니다. 그냥 그런것들을 신경쓰지말고 어떻게든 당신이 받아들이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지만 받기를 기대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그냥 주는 것만이라도 하고 싶었나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참 잘못된 짓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려워졌고 부끄러워졌고 불안해졌습니다. 그것이 제가 지금 이 고백을 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을 쓰고 난 뒤에는 정말로 당신에게 잘못을 고백하는 너무 길지 않은 글을 써야합니다. 지금 써내리는 이 글도 조금 뒤 써야할 글도 지금 내리는 오늘의 봄비처럼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멍청하네요. 멍청했네요.
퍽이나 편한 마음으로 그 선물들을 받았을거라 생각하다니 말입니다. 이기적인 생각으로만 가득차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탁했던 머리와 마음이 조금이나마 옅어지니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뻔히 제가 보냈음을 알면서도 연락을 해볼수도 없고, 그렇게 확인할 수도 없으니 어찌 할 수도 없던 그 애달픈 선물들이 당신의 손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안기고 심란함으로 마음을 뒤흔들어 두었을까요. 그 생각을 하니 저는 두려워졌고 부끄러워졌고 불안해졌습니다. 아직까지도 당신에게 그 마음이 남아있을까봐. 그런일이 또 일어날까 불안해하면 어쩌나하고 있을까봐서요.
오늘 저는 그 선물이 제가 보냈음을 알려드리고, 그 선물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음을 알려드리고, 다시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두려고 합니다.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건 당신의 안위와 행복이니까요. 비록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안위와 행복이지만서요.
그나마 구름을 투영하던 해가 져버렸습니다. 어두운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의 글을 그만두고 이제 정말로 당신에게 보낼 짧은 글을 적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