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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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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Jun 2. 2021
잔인한 계절
여름이 오느냐 마느냐 긴가민가하던 날씨를 몇차례 보내다
이젠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나무들은 더이상 울창해 질 수 없을 정도로 잎사귀를 하늘로 뻗어가고
반팔과 반바지로 여름옷을 맞춰집은 아이들이 그 아래에서 뜨거운 태양볕을 피하는 광경을 어찌 여름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덧 유월입니다.
지난 오월은 어찌 지냈는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사실 저는 오늘 말고는 어제도 그제도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저 눈앞에 던져진 것만 바라보며 살아가려고 노력한 덕인가 봅니다.
K 당신의 생일이 있던 오월을 어떻게든 눈에 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그로인해 참으로 많이도 아팠고 슬펐고 매일 밤을 자책과 자괴감으로 보내며
나는 드디어 잔인한 한 달을
떠나
보냈습니다.
이젠 조금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을까 눈을 들어 빼꼼히 유월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뿔싸.
유월에는 우리의 만남을 기념했던 날이 달력에 안겨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오월보다도 더 잔인한 한달이 될 것을 암시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빼꼼히 들었던 눈을 다시 갈무리해 수면 아래로 꼬르륵 잠겨버렸습니다.
숨을 멈추고 눈을 감아 유월을 버텨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유월이 지난다고 해도 칠월은 또 우리가 헤어졌던 아픈 기억이 담겨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아.
정말로 큰일입니다.
삼개월을 나더러 어찌 참으라는 걸까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하지만 고작 한달이 지난 당장도 내 손발이 잘려나간 참담함인데
만약 내게 열매가 있다면 그건 그리움의 흔적만 남은 내 넋 뿐일것입니다.
사실 나는 아주아주 헛된 희망을 안고 있었습니다.
아주아주 잘 진행되었다면 당신을 찾아갈 그 알량한 '자격'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나는 아주 보기좋게 실패했고
신께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은총을 내려주시지 않는다면
나는 K 당신을 찾아갈 날을 달력 위에서 찾아볼 수 없을것입니다.
그러고나니 나는 요즘 껍데기만 남아 여름의 태양에 바짝 말라가고 있습니다.
아무런 의욕도 목적도 보이지가 않아 하염없이 의자에 앉아만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요즘이라 아침부터 찾아오는 여름 햇살을 마주치면 나는 '저리가. 이 잔인한 녀석아'라고 소리를 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올 여름은 참으로 잔인한 계절
할 수만 있다면 어느 깊은 동굴로 들어가 여름잠을 청하고만 싶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나를 까맣게 잊
었을 그대 당신 K
내가 만나는 세상과 달리 당신에게 보이는 세상 속 여름은
먼지 없는 새하얀 구름이 산책하는 계절이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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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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