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번째 밤

생일선물

by 숨결
생일선물





조금 뒤면 K. 당신의 생일입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저는 조금 뒤 꽃을 사러 가려고 합니다.

행선지를 잃은 선물을 사야하는 마음이 꽤나 서글픕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위한 선물을 사러갑니다.

그건 당신을 그리워하는 내가 짊어진 의무이기도 합니다.


전처럼 선물을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가득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당신에게 약속했으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당신에게 줄 선물을 사는데 그쳐야만 합니다.


사실 당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이미 사두었습니다.

너무 이르게 사두어 서글픈 마음도 이르게 나를 괴롭히네요.


오늘은 그저 꽃을 사려고합니다.

당신은 기념일에 받는 꽃을 참 좋아했으니까요. 아주 크고 풍성한 꽃을 좋아한 당신이니까 그런 꽃다발을 사러가겠습니다.


꽃.

언젠가 당신은 말했었지요.

왜 생화가 아닌 드라이플라워를 사다주느냐고.

나는 시들어 버려지는게 싫어서라고 했지만 당신은 시들지언정 진한 향기가 담긴 생화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뒤로 드라이플라워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게 될 당신의 선물은 내게도 참 맘에 들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K.

이제 조금 더 당신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사줄수 있게 되었는데 전해줄 수가 없네요.

조금 비싼 가방도 사줄 수 있고, 옷도 사줄수 있고 분위기 좋은 값비싼 식당도 데려가줄 수 있는데 당신만 없네요.


오늘.내일. 이번 주말

당신의 탄생을 축하해줄 수 있는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로 가득채워 행복한 생일이 되어주세요


나는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이렇게 축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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