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세번째 밤

방 청소하는 주말

by 숨결
방 청소하는 주말



K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일요일엔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집과 동네가 은근히 맘에 든 탓도 있고 사람을 만나는데 피로함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마음 한구석엔 벌써 한참이나 미뤄둔 작업들이 한가득이라 걱정이 무거워져 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일요일 내내 일에는 하나도 손을 대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청소를 하지 않은지 한달은 지난듯합니다.

돌이켜보려니 기억이 부윰하여 곧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쌓인 먼지와 어디서 떨어져 내린지 모를 부스러기, 그리고 어두운 바닥 색 덕에 잘도 숨어있는 내 머리카닥 따위들이 지난 한달간의 내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미루고 미루다 나는 아직도 청소기를 사지 않았고

'청소기를 살테니까.' 하면서 그마저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도 치워버려서

바닥의 먼지를 걷어낼 도구가 마땅치않아 그대로 걸레질을 해버렸습니다.


십수년 거쳐온 내 방중에 가장 큰 집이지만

걸레질을 한바퀴 돌기엔 여전히 작디 작은 내 집이라 다행입니다.

조금 더 컸다면 나는 내 집이 미워졌을지도 모릅니다.


한바퀴 돌고난 걸레는 금새 시커멓게 먼지의 색에게 침투당했습니다.

걸레 올올히 사이로 부스러기들과 머리카락이 뭉쳐있습니다.

나는 걸레를 빨아 다시 녀석의 색을 되찾아주고 엉겨붙은 이물질들을 일일히 떼어내주었습니다.


한결 개운해진 기분입니다.

묶은 때를 벗겨낸 기분입니다.

그러고나니 욕심이 납니다.

내 시간과 나의 마음은 어떻게 청소할 수 없을까 하면서요.


당신을 맞이할 필요는 없어진 내 마음이지만

그래도 오랜시간을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인데

먼지가 쌓인채로 놓아두기엔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종일 고작 몇글자의 글을 쓰고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내일은 누군가를 만나든, 책을 한권 읽든

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낼 먼지털이를 찾아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물다 간 그 자리를 깨끗히 청소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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