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여섯번째 밤

시를 적어 내리는 시간

by 숨결
시를 적어 내리는 시간




비가 올줄 알았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화창하기 그지 없는 날입니다.

덕분에 당신의 출근길 발걸음에 맑은 아침이 함께 했길 바랍니다.


당신은 우리가 만나는 동안에도 내가 쓰는 글들을 찾아 읽어보지 않았으니

지금도 당연히 모르고 있겠지만

이 편지들을 쓰고 있는 동안 나는 시를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썼던 첫 편지는 1월이었으니 어느덧 반년의 시간을 건너왔고

내가 시를 쓰지 못한 건 당신과 헤어지고부터 였으니 근 일년간 쓰지 못했었네요


나라는 사람은

아픈 마음을 한글자 한글자 글로 적어내리며

거칠지 않게

수위가 살짝 넘은 저수지의 물이 빠지듯 졸졸졸 흘려보냅니다


그래서 당신을 떠나보내고

그 마음을 시로 적어보려 한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저는

보고싶다는 말과 볼 수 없어진 당신의 얼굴 말고는 어떤 것도 떠올릴 수가 없었더랬지요

그래서 나는 도저히 시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시를 포기하고 그리움을 가득 담아볼 이 편지를 적게 되었습니다.


그런 날들을 살아오다

요즘들어 부쩍이나 아파진 나는 이상하게도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지금의 내가 아픈 이유는 당신을 그리워함이 아닌

온전한 나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시로 쓸 수 없는 초월된 아픔

내게서 피어난 아픔은 시로 적어 내리는 그저그런 아픔인걸까요



K

나는 아플 때만 시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시를 적어 내리는 시간은


'아플 때' 그리고 '사랑할 때'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만나는 동안에 많은 그리도 많은 시를 적었나 봅니다


K

언젠가, 어디선가 우연히도 나의 시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 사람은 아팠구나 또는 이 사람은 사랑을 하고 있구나 여겨주세요.


그리고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궁금해봐 주시겠어요



조금은 선선한 여름날 이만 편지를 줄일게요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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