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아홉번째 밤

자존감 수업

by 숨결
자존감 수업





오늘은 오랜만에 오랜시간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읽기 위해 보냈던 시간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롤리타'였습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와 합본이 되어있는 책이었지만

책을 읽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이미 연체가 되어있는지라 롤리타만 읽어야 했습니다.


12살의 의붓딸을 사랑하는 어느 남자의 고백을 쓴 이 소설은

지루하고 역겨우면서도 저는 이 책을 읽어야만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을 하나의 훈련이라고 여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하나 집중하기가 어려운 날들이기에

계획한 것과 손에 잡은 어느 하나 제대로 가누지를 못하는 제가 미워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부터 해보려는 작은 몸부림이었습니다


사실 당신에게 쓰는 이 편지들도

시작은 100일간 매일 쓰고자 했던 일인데 어느덧 반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가고 있는 지금

절반의 고지를 조금 넘기고 있으니 가벼운 게으름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을 적어 내리는 것조차 힘겨울정도라는 뜻이니까요


요즘 제 꼴은

자존감이란게 바닥을 집고 기어다니고 있음을 구경하고 있는 중입니다

의욕도 의미도 없어 의지도 사라져 참으로 가관입니다


그래서 그놈의 자존감이란걸 회복시켜 보려고 시도해봅니다

이제것 살아온 습관과 관성 덕분에 그나마 이런 시도라도 하게되나봅니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왜 자존감을 되찾아야 하는 의미를 모르거든요


어찌됐든 그렇게 나는 롤리타를 다 읽었습니다

그러곤 그럴싸한 투자서적 하나를 대충 다 읽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을 한권 사기도 했습니다


내심 기대되는 것은

내가 자존감을 되찾았을 때 당신을 그리는 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지금처럼

내 삶을 채워준 고마움으로

이제는 포기해야하는 그리움으로만 남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맘이 싹트지 않을까요


언제 또 포기해버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약을 먹고,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그놈을 잠시 데려와 보겠습니다


K 당신도 궁금해봤으면 좋았을텐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고 애달픕니다


내일은 월요일이네요

날씨에 너무 지치지 말고 회사에서도 에어컨 바람에 너무 고생하지 마시길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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