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생각나는 사람

일흔 다섯 번째 밤

by 숨결
아플 때 생각나는 사람




허리를 다쳤습니다

반년 가까이 카페 앞에 쌓여 있던 시멘트 블럭과 부서진 타일들을 폐기물 마대에 정리하다 그만 다쳐버렸습니다. 무리를 한 것도 아니었고 처리해야할 쓰레기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뜬금없게도 거동이 힘들만큼 많이 아파져버렸습니다

아마도 몇 달간 카페에서 밤을 새며 불편한 잠자리를 청하기를 오래해왔고 지난 주말엔 홀로 바쁜 매장을 돌보며 무리를 했던 몸이 잠시잠깐 무거운 짐을 들었다는 핑계로 무너져내린게 아닐까합니다


덤덤한 아픔입니다

몸이 아플때면 유난히 짜증이 많아지던 저였는데 낯설게도 저는 참 무덤덤했습니다

잠이들 무렵쯤에는 침대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어려울만큼 통증이 밀려오고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지경이었음에도 저는 참 무덤덤했습니다


아프다 말한다고, 아프다 소리친다고 아픔이 가시지는 않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이제는 삶에 녹여낸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하지만 아프다는것은 약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약해진 사람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몸이 아플때면 자연스레 마음도 따라서 아파지기 마련입니다. 그 반대로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파지지요.


아픔에 덤덤한 마음과는 달리 몸이 아프니 울적해집니다

아파서도 그렇지만 아프다는 핑계로 이른 저녁부터 침대에 누워 어두운 방안에 홀로 있노라면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요. 하지만 울적함도 잠시입니다. 오랜시간 나는 아픔을 홀로 참아내야만 한다는 강박의 관성에 갇혀있어 잊을뻔 했지만 이제는 아플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나는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을 할 때는 가끔은 아파도 괜찮다란 생각이 듭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잔뜩 사랑을 받는 하루가 간질간질하게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리고 나는 따뜻한 간지러움 속에서 꺄르르 웃다가 이제는 아픈 하루에도 당신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겨우 당신을 떠올리게 된 것은 지금의 이 들뜨고 기쁜 마음을 글로 옮겨적으려다보니 아직 미완의 밤들이 남아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K. 당신도 또 다른 사랑을 하고 있지요?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완전히 지워갑니다. 우리는 이제 완벽한 과거의 연인으로 서로의 시간에 남겨집니다.

우리 모두 인사를 건내보아요. 지나간 시간속의 우리들에게.

"안녕. 아름다웠던 사랑이여. 지나간 우리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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