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잔소리도 사랑이었을까

일흔 일곱 번째 밤

by 숨결
너의 잔소리도 사랑이었을까




연애와 사랑에 있어서 잔소리는 피할 수 없는 고질병인걸까요

그게 아니라면 저라는 사람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인걸까요


지금 제 옆에 있는 연인도 정식으로 만난지 한달이 지나고부터는 슬슬 잔소리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를 참 많이도 좋아해주는구나 느껴질만한 사랑들은 어쩜 이리 신기하게도 언제나 똑같은 대사의 잔소리와 걱정을 하게됩니다. K 당신도 제 옆의 잔소리꾼들 세 손가락 안에 들겁니다.


잔소리의 주제의 순서도 대게 비슷합니다.


첫번째는 가장 먼저 눈에 뛸 수 밖에 없는 저의 수면과 식사습관이지요


'잘 좀 챙겨먹어.' '일찍 좀 자.'


밤과 밤 속의 정적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언제나 새벽 늦게 잠이 들고는 아침에는 충분하지 못한 잠을 겨우 이겨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넉넉한 아침이 있는 날이면 그날 하루만큼은 아주 오래오래 잠이 들지요

거기다 제 하루의 식사는 거르는 일이 참 많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이 없으면 빵이나 우유 따위로 배를 채우고는 식사를 마칩니다. 한마디로 참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잠들기 전 연락을 하게 되고, 식사를 하는 시간에 연락을 하기 마련인데 그 때마다 잠들지 않을 예정이거나 식사를 거를 예정이니 숨기려고해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인간관계로 넘어갑니다


'친절하지마.' '웃어주지마.' '그냥 만나지를 마.'


저 같은게 뭐라고 주변에 사람이 참 많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당연스레 이성인 분들도 많습니다.

모임을 하거나 일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종종 편하게, 고민상담을 위해 식사나 술자리를 요청하는 일도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혼자서는 '도대체 내가 얼마나 만난다고 이렇게까지 혼나야하나.' 싶었는데 통화목록이나 약속 일정들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횟수임에는 분명해 또 할말이 없어졌습니다.

나름의 변명으로 '이성으로 만나는 일은 없다.'라는 먹히지도 않을 변명과 '오는 연락과 걱정되는 상황을 어떻게 못본척 넘길수 있나.'라는 인간적, 사회적 관계로 이해시켜보기 시작하면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정해진 대답처럼 돌아옵니다


'네가 친절하게 굴어서 그렇게 연락이 오는거야. 평소에 다 받아주고 웃어주니 그런거다. 너는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건강과 관련된 잔소리들입니다

피부관리, 영양제 관리, 식단관리 등등...그 중에는 술과 담배가 가장 큰 이슈입니다.

연인이 있을 때는 끊게 되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저는 '금연중인 흡연자'이고 찾아가지 않을 뿐 주변에는 술자리가 항상 끊이질 않습니다. 게다가 연인과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족력에 대해서도 떠들게 되니 어지간한 가족력은 다 가지고 있는 저에게 생활습관에 대한 잔소리는 정말이지 끊이지가 않습니다


'담배는 절대 안된다.' '술은 조금만.' '야채 많이 먹기.' '영양제 챙겨먹기.' '선물로 준 화장품 꼬박꼬박 쓰기.'

등등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 잔소리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잔소리'를 듣는 입장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정말 사랑하니까 잔소리를 하는걸까.'


관심과 걱정에서 비롯되었고 나를 위함이란 건 이해를 합니다. 한바탕 잔소리가 끝나고 나면 그래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물씬 젖어듭니다.

하지만 잔소리를 듣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의기소침해지고 주눅이 들게 됩니다. 왜냐하면 왜인지 모르게 잔소리는 항상 명령조에 강압적입니다. 걱정과 위함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반박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기력함을 동반합니다


'하지마.' '그러지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은 이 강압적인 사랑에 상처받고 있는건 아닐까요. 무기력에 순응하는 부끄러운 나를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랬으면 좋겠어. 이러면 좋을텐데.' 하며 부드럽고 예쁘게 말을 하면 그건 더 이상 잔소리가 아닌 '사랑하는 연인의 걱정'이 될테고 그러면 제 마음도 한결 몽글몽글해질텐데 말이죠


물론 이런 말을 하게되면 또다시 정해진 듯한 답이 돌아올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듣지를 않잖아.'


네. 얌전히 들으며 살겠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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