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 사랑도 건강하네요

여든 번째 밤

by 숨결
건강해야 사랑도 건강하네요




날이 춥습니다

아껴두었던 패딩을 꺼내 입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겨울이면 항상 당신과 맞춰입던 롱패딩이네요

이 녀석도 슬슬 색이 바래고 솜이 죽기 시작해 올 겨울이 지나면 떠나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작은 흔적들마저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최근엔 많이도 건강해진것 같았던 몸이 삐그덕거리고 있습니다

순순히 떨어지지 않는 무기력증과 나태함, 그리고 안하무인의 마음으로 적으나마 꾸준히 하던 운동을 '오늘 하루는...'이라며 외면하고, 먹으면 속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밀가루가 가득한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는 날들이 이주일 가량 흘렀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되레 체력은 더 떨어져 피로가 풀어지지가 않고 몸 구석구석 아픈곳들이 늘어납니다. 입에서는 즐거웠지만 뱃속에서는 미워하는 음식들로 속은 갈수록 더부룩해지고 무거워져갔습니다. 결국 쌓이고 쌓인 독들은 그간 예고했던대로 어느 하루를 통째로 '요양'이라는 감옥에 저를 가두어버립니다.


피곤이 쌓이면 당연스레 기분도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고, 깜깜한 바닥으로 떨어져내려 갈 수록 제 입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말들도 어둠으로 묻혀 들리지 않게 됩니다. 하고하자는 마음과는 달리 늪으로 빠지는 저는 어둠속으로 잠겨만 갑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다보니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배어나옵니다.

당신을 위한 노력이라고, 당신을 위한 시간들이라며 바쁘디 바쁜 하루에 짜증과 화를 가슴 속에 가득가득 쌓아놓고서 당신에게 전해야할 사랑의 단어들을 망각해버린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언젠가 그만큼 갚을 수 있을거란 핑계라도 있건만 이미 떠나버린 당신에게는 메워주지 못할 구멍으로 남겨둔 채 나는 도망쳐버렸습니다. 여기저기 수없이 뚫려있을 구멍들을 생각하니 제 가슴에도 구멍이 뚫려만 가네요.


요양을 끝내고 서둘러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핑계들을 지근지근 밟아 으깨어버리고 운동복을 챙겨 밖으로 나갑니다.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건강해져야 합니다.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마음을 지키고 끊기지 않을 사랑을 속삭여야합니다.


나이가 들어 짙은 주름과 흰머리가 셀 수 없을만큼 늘어나더라고 저의 사랑에 아픔이 묻어있지 않길 소망합니다. 제가 전하는 사랑의 물줄기가 스스로 만들어낸 아픔과 피곤함에 끊어지지 않도록 하렵니다. 당신과의 사랑을 밑거름으로 강해진 사랑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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