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섯 번째 밤
아프게 만들 친구가 없는 사람
K. 무탈하신가요?
코로나는 이제 언제 시작이 되었었던건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세상의 난리는 끝마쳐지지가 않는 날들입니다. 그런 날들에 당신은 무탈히 잘 지내고 있을까 염려됩니다
밈 이라고하지요. 재미난 이야기가 퍼졌습니다.
처음엔 주변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없다면 친구가 없는 것이다. 라는 말이 익살스럽게 퍼졌고 최근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 친구가 없는 것이다 까지 말이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는 뜻이겠습니다. 물론 제 주변으로도 하나 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매장 직원도 확진이 되고 며칠 전에는 여자친구의 부모님도 피해가시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걸리면 뭐 어쩌겠어. 내가 아무리 꽁꽁 싸매어보았자 걸리려면 걸리겠지.'란 안일한 생각으로 최소한의 대비를 하는 것 말고는 신경쓰지 않는 제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확진되었던 터라 그녀와의 만남 이후 처음으로 주말 데이트를 건너 뛰었습니다. 그 날 하루는 집에서 밀린 업무를 조금 만지며 오랜만에 동네 산책도 나가보고 여유로운 식사와 다과를 즐겼습니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책상 배치도 바꾸어 고개를 들면 창 밖이 보이도록 해두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상 위에서 업무를 쉬는 틈틈히 창 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에 정신을 맡겨버리기 좋아졌습니다.
'비어버린 주말이라고 딱히 만날 사람은 없구나. 그런데 혼자 있는 게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 나도 이젠 부정할 수 없는 집돌이가 되어버렸나보다.'
집이 좋아지고 밖으로 나가기 싫어진 것과는 다른 이야기로 최근 들어서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하려는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큰 애정이 없는 누군가들의 관심도 가져지지 않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지도 않고 나의 시간을 불편한 자리와 의자에서 몸과 마음을 깎아가며 앉아있고 싶지가 않아 서둘러 자리를 끝내버립니다.
'그만 갈까. 집에 갈래. 여기까지 할까요.' 마치는 말 하나만큼은 참 잘도 합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또 내심 이래도 괜찮은 건가 후회합니다. 안그래도 점점 좁아져가는 인간관계의 폭을 더 좁아지게 만들고 있는건가 싶거든요. 그래도 좁아진 인간관계 덕분에 밖으로 돌아다닐 일이 없어졌기에 유행이라는 코로나에도 아직까지 무사했 것이겠구나 좋게 생각하렵니다.
저는 조금 더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렵니다.
아무도 없이 홀로 산책을 하고, 홀로 밥을 먹고, 홀로 차 한잔을 즐기는 시간 속에 머물러 보겠습니다
나를 아프게 만드는 사람들도, 내가 어쩌면 아프게 만드는 사람도 없는 집에 머물고 있겠습니다
언젠가 제게 세상을 보듬어 줄 만한 큰 사랑을 제 안에 키우게 된다면, 그 때는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습니다
K
당신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오히려 요즘 같은 세상이 걱정입니다. 당신도 그 사랑들 조금은 감춰두고 집에 머물면서 아픔을 피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아프지 않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