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필요한 날의 토끼풀, 네잎클로버

아흔네 번째 밤

by 숨결
행운이 필요한 날의 토끼풀, 네잎클로버




집앞 공원 산책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터가 산책길로 둘러싸여 있고 드문드문 벤치가 자리잡고 앉아있습니다. 얼마전에는 그네벤치도 어느샌가 생겼습니다. 이 동네로 이사온지 1년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눈에 띈 나만의 장소입니다.


왜 이제야 이 공간을 알아차린건가 싶어 기억을 되짚어보니 태양이 머무는 화창한 아침과 오후에는 공원을 찾은 적이 없단걸 깨달았습니다. 밤 산책을 즐겨하는 저였기에 가로등이 거의 없는 이 공간의 풍경을 놓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얼마 전 침대의 배치를 바꾸고 나서일까요. 여느때보다 유난히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된 이후로 아침 산책을 즐겨하게 되면서야 드디어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공원이나 풀이 가득 자라있는 곳에서는 은근슬쩍 네잎클로버를 찾아보곤 합니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대놓고 토끼풀밭을 뒤적이는게 부끄러워 한발짝 물러난 채로 아닌척 한참을 쳐다봅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지 않아서인지 저는 네잎클로버를 찾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주아주 어릴적 초등학생 때나 한 번쯤 발견한 적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날은 웬일일까요.

사람이 없는 공원이라 공터에 가득한 풀들 가운데 산책로 가까이 모여있던 토끼풀밭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토끼풀들을 뒤적인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나와 가장 가까이 있던 풀 하나가 네장의 잎으로 펼쳐져 있는걸 발견해버린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누가 볼새라 서둘러 네잎클로버를 꺾어 손에 안아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네잎 클로버를 말할 때 사람들은 어디선가 입을 타고 온 문장을 이야기합니다.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야. 행운을 찾기 위해 행복을 밟고 있지는 않니'


저 역시 머리속에 박힌 글귀가 신경쓰여 풀밭 깊숙히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네잎클로버를 찾지 못하면 나는 행복을 가득 만끽하고 돌아가는거라 위안을 삼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저는. 우리는 그렇지 않나요? 절실하게도 행운을 갈구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행복은 만신창이가 되고 어디선가 길 잃은 행운 한가닥만이 행복을 만들어 주는 유일한 구원일 때가 있습니다.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네잎클로버 하나가 감격에 겨울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필요하고 원했던 행운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행운은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하루 만큼은 정말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당장의 지금이 엄청나게 힘들고 불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 겨우내 안식을 찾은 참입니다. 언제부터 시작이었는지 모를 불행과 고통 속에서 키워온 불안을 겨우 잠재워 두었습니다. 이제 제가 가진 불안은 '언제 다시 불안이 찾아오면 어떡하지.'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을 또 잠재우기 위해서 나는 그렇게 행운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K

실은 이 불안은 당신으로부터 경험했기에, 얼마나 아픈지를 알고 있기에 일으켜 올라온 것이랍니다.

당신이라는 평안이 깨어지고 난 뒤 찾아온 불안은 어찌도 그리 새까맣게 어두웠던지. 그래서 나는 깨어지지 않는 평안을 찾고 있는거랍니다. 그만큼 당신이란 행운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이란 행운과 비교해볼만한 또 다른 큰 행운을 기다려야할 것입니다.


부디 내가 찾아낸 네잎클로버가 진실된 행운의 증표이기를. 나에게 행운이 찾아올 깃발이기를.

행운으로 하여금 나의 평안을 보듬어 지켜주기를 나는 오늘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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