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이 나왔습니다

아흔다섯 번째 밤

by 숨결
새 시집이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K

오늘은 조금 들떴습니다. 제 세번째 시집이 출간되었거든요.

보잘것 없는 책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성취의 기쁨은 즐겁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나도 이제는 무언갈 남길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왔나봅니다.


새 시집 출간을 준비하는 중에 이전에 썼던 두번째 시집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계약기간이 종료가 되었으니 계약을 갱신할 것인지 남은 재고를 모두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계약종료를 선택하고 새 시집을 출간하는 출판사 이름으로 다시 재발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K

제 앞에는 두 권의 시집이 놓이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썼던 시집과 당신을 떠나보내고 당신이 없는 사랑을 그린 시집 두 권이 놓여있습니다.

사랑을 이루고 사랑을 잃고 또 다시 사랑을 하는 작은 서사 속에서 지금 내 마음에 쥐어진 사랑은 오직 하나인데, 사랑으로 써내린 책은 두 권입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은 지워졌는데 당신을 위한 사랑을 써내린 책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은 영원히 행복으로 기억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아프고 불행했던 기억이 영원히 상처로 기억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을 사랑했던 기억은 아픈 추억으로 변했고, 당신과 헤어졌던 상처와 그리움으로 짖이겨진 마음은 새로운 사랑을 위한 양분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렇듯 인생이란 참 묘한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아프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의 미래는 아프기만 할 거라고, 이루지 못한 미련들로만 쌓여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행복할 것이라 기대하고 꿈꾸며 살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는 그저 지금을 살기로 했습니다. 오늘을 살기로 했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한 오늘을 만끽하고, 고되고 지친 하루는 이겨내는 오늘을 살기로 했습니다.

내 앞에 놓인 두 권의 시집을 바라보며 어느 하나가 이별의 기억이고, 어느 하나가 새로운 사랑의 상징이라 구분짓지 않으렵니다. 사랑이었던 시집이 그리움과 아픔이 되었듯 내 시집의 의미는 언제고 변해갈 수 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K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당신을 사랑했던 행복, 당신을 그리워했던 아픔 모두가 내가 행복한 어떤 오늘 속에 녹아들어 모든 것이 행복해지도록, 나는 그렇게 살아가 보겠습니다.


바이

굿바이

나의 사랑이었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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