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인 지금 가게를 내놓았으니 운이 좋다면 5년을 채우기 전에 가게를 그만 둘 수 있겠습니다.
반포동 주택가에 위치한 뜬금없는 하얀 카페는 이렇게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안식처로 그리고 보금자리로 삼기 위해 시작했던 카페는 제게 많은 인연을 데려와 주었고 나락으로 떨어진 과거의 나를 담아 줄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세상살이는 역시 쉽지는 않아 카페라는 사업은 또다른 상처로 남겨져가기에 이렇듯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5년이란 시간동안 너무 자랑하고 싶어 죽을만큼 장사가 잘 될때도 있었고, 더 큰 성공을 만들어 보겠다며 노력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카페라는 공간에는 나라는 사람이 항상 있음을 아는 누군가들이 찾아와 인연을 맺고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은 카페를 지키는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끊임없이 다른 일들을 찾아 헤매이면서 떠날 준비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더 이상 카페에 매어있을 수는 없음을 결정내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타격도 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라 하더라도 나의 마음은 카페에서 멀어졌습니다. 지겨워졌습니다. 다른 하고싶은 일들이 너무 많이 쌓여버렸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신과의 만남도 5년이었습니다. 카페와는 달리 당신이 지겨워졌기에 헤어진 것은 아니지만요.
당신과 만난지 2년째 될 때즈음 나는 카페를 시작했고 3년간 나의 카페 생활을 당신은 지켜보았고 당신이 떠나고 2년이 지나 카페를 떠나보냅니다. 당신의 마지막 흔적을 떠나보내는 심정입니다. 홀가분해집니다.
K
카페를 떠난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실은 아직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질 못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글을 쓰다보니 글쓰기 수업을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당신과 헤어질 시절 하고 있었던 국가사업과 연관된 일을 또 잠시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학교를 다시 가보려고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과의 미래도 조금씩 그려보고 있습니다.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무얼 해야 할까요. 매 순간 결정을 내리지만 매일매일 고민을 하게되네요. 살아간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그 선택들이 비춰주는 미래는 왜인지 항상 안개에 둘러싸여 희뿌옇기만 합니다.
여름이 아직 진해지지 않아 밤바람엔 서늘함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안개를 날려보내 내가 가야할 곳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